미쓰비시전기, 철도차량용 에어컨 등 성능검사 부정 잇따라 적발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일본의 종합 전기업체인 미쓰비시(三菱)전기 공장에서 수십 년에 걸쳐 에어컨 등 철도 차량용 공조(空調)기기의 제품 검사 결과가 조작돼온 것으로 밝혀졌다.
1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미쓰비시전기가 철도 차량용 공조기기를 생산하는 나가사키(長崎) 제작소에서 1985년부터 가공의 검사 데이터를 산출하는 프로그램이 사용됐다.
이 프로그램은 검사 날짜와 제품 정보 등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합격 값을 웃도는 수치를 부여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특히 납품받는 고객이 합격 값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제품마다 각각 다른 수치가 나오게 돼 있었다.
담당자들은 이 수치를 검사성적서에 기입하는 것으로, 하지도 않은 검사를 한 것처럼 가짜 서류를 만들어 납품해 왔다.
마이니치신문은 1985년부터 사용된 이 프로그램이 검사 결과 조작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검사 부정은 그 전부터 30여 년 넘게 이뤄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철도 회사들과 주로 거래해온 미쓰비시전기는 미국과 유럽 등에도 지하철과 고속철도용 공조기기를 공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온도·습도 제어, 에너지 절약, 방수, 전압변동 내구성 등의 성능과 관련해 고객 측이 지정한 방법으로 제품 검사를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계약 내용과는 다르게 검사 서류를 조작하거나 지정된 방법과는 다른 조건으로 부실 검사를 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나가사키 제작소에서 부정 검사를 거쳐 출하된 공조기기는 약 8만4천6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조사 과정에서 지난달 14일 철도 차량용 공조기기의 부정 검사가 적발된 후로 차량 문 개폐 및 브레이크 조작에 사용되는 공기압축 장치와 관련한 부정 검사 사례도 드러났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지난달 28일 검사 부정이 의심되는 해당 제품의 출하를 중단했다.
회사 측은 지금까지 1천 대가량의 공기압축 장치가 부정 검사를 거쳐 납품된 것으로 파악됐다며 출하 전 별도 검사에서 합격기준을 통과한 점 등을 근거로 제품 자체의 안전 성능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쓰비시전기는 부정 검사가 잇따라 드러난 것을 계기로 같은 사안이 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외부 변호사가 참여하는 조사위원회를 가동하기로 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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