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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카뱅 등 공모가 '거품' 논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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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카뱅 등 공모가 '거품' 논란 잇따라
비교대상 기업 쟁점…공모가 하향 사례도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김태종 기자 = 기업 스스로 산정한 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인 '대어'들이 기업공개(IPO) 시장에 줄줄이 등판하는 가운데 공모가 수준에 대해 '거품' 논란도 확산하고 있다.
특히 당국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실제 공모가를 낮춘 업체도 나타나면서 공모가 산정 기준을 둘러싼 관심이 한층 커지고 있다.

◇ 크래프톤 "월트 디즈니가 비교대상?"
현재 IPO 시장의 가장 뜨거운 이슈는 단연 게임업체 크래프톤의 공모가를 둘러싼 논란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지난 16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기업가치를 35조736억원으로 추정하고,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한 주당 공모 희망가를 45만8천원∼55만7천원으로 산정했다.
이에 따른 공모 예정 금액은 4조6천억원∼5조6천억원으로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이며, 기업가치 추정액은 실적에서 크래프톤을 앞서는 엔씨소프트 시가총액(29일 기준 18조원)의 약 2배에 이른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증권신고서 심사 결과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금감원이 사실상 크래프톤에 대해 공모가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단 금감원은 공모가를 내리라고 요구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공모가가 높은지 낮은지 우리가 판단하지는 않는다"며 "주요 사항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더 구체적인 정보, 근거를 제시하라는 취지"라고 밝혔다.
그는 "공모가 산정 기준, 공모가 산정을 위해 비교한 기업들과 구체적인 유사성이 있는지 등을 더 명확히 기재해달라는 요구"라고 설명했다.
크래프톤 측은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비교 대상으로 엔씨소프트·넷마블 등 국내외 대형 게임회사 7곳과 월트디즈니, 워너뮤직그룹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을 제시했다.
이들 9개 기업의 주가수익비율(PER) 중 가장 높은 값과 낮은 값을 제외한 7곳의 평균값인 45.2배를 자사 실적에 적용해 기업가치를 추산했다.
현재 월트디즈니의 PER는 88.8배에 이른다. 따라서 게임회사가 아닌 월트디즈니를 비교 대상에 포함시켜 기업가치를 부풀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그룹을 제외하고 게임회사들만 대상으로 같은 방식으로 산정하면 평균 PER는 37.9로, 기업가치는 29조4천억원 수준으로 각각 하향된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을 하는 자사 사업모델 등을 근거로 월트디즈니 등을 비교 대상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크래프톤이 최근 막 IP 기반 콘텐츠 사업을 시작해 아직 특별한 성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트디즈니와 비교는 무리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크래프톤 상장 대표주관회사인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30일 "정정신고서 내용이나 제출 시기는 아직 전혀 정해진 바 없다"며 "금감원에서 요구한 부분에 대해 보완이 마무리되면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 SD바이오센서, 금감원 정정요구에 공모가 낮춰
크래프톤이 공모가를 낮출지를 놓고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진단키트 업체인 SD바이오센서의 사례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당초 5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희망 공모가 범위를 6만6천원∼8만5천원으로, 이에 따른 상장 이후 시총을 6조8천억원∼8조8천억원으로 내놓았다.
이는 국내 업체 씨젠[096530], 뉴욕증시 상장사인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 및 '퍼킨엘머'와 비교를 통해 나온 수치였다.
그러나 공모가 기준 시총이 국내 진단키트 '대장주'인 씨젠 시총(29일 현재 4조3천억원)의 최대 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은 SD바이오센서보다 기업 규모도 훨씬 크고 진단키트 외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 대상으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고평가 논란 속에 금감원이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하자 결국 SD바이오센서 측은 지난 11일 희망 공모가 범위를 4만5천원∼5만2천원으로, 시총은 4조6천억원∼5조3천억원 수준으로 각각 낮췄다.
회사 측은 비교 기업에 휴마시스[205470], 랩지노믹스[084650], 바이오니아[064550] 등 국내 기업 3곳을 추가하고 주가 할인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공모가를 정정했다.
이에 따라 크래프톤이 SD바이오센서의 전례를 따를지 관심이 쏠린다.

◇ 카카오뱅크도 거품?…증권업계 "시장 예상 부합"
내달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도 희망 공모가 범위 기준 시총이 15조7천억원∼18조5천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거품의 소지가 없는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는 국내 1, 2위 금융지주인 KB금융지주(시총 23조3천억원)와 신한금융지주(21조1천억원) 다음 가고 하나금융지주(14조원), 우리금융지주(8조4천억원)를 앞서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 브라질 핀테크 업체 '패그세구로 디지털', 러시아 디지털 은행 틴코프 뱅크의 최대주주 'TCS홀딩', 스웨덴 디지털 금융플랫폼 '노르드넷' 등 외국 기업 4곳을 제시했다.
이는 모바일 기반 비대면 영업이라는 사업 특수성, 높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기반으로 한 금융 플랫폼으로서의 역량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 카카오뱅크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비교 대상에서 국내 은행들은 모두 배제했다는 점은 쟁점이 될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수치가 시장의 예상과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가 시장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장외 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게 형성됐다"며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금융주의 주가순자산비율(PBR) 방식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이 또한 상장한 은행지주에 비하면 여전히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치"라며 "공모가 이상의 높은 가치가 유지되기 위해 기존 은행권과 차별화된 사업모델 구축이 관건"이라며 "향후 중금리 대출 취급 확대 과정에서 차별적 신용평가 모델 개발 및 대손관리 역량 검증 또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그간 시장참여자들은 카카오뱅크 가치를 10조∼20조원 안팎으로 추정해왔다"며 이번에 제시된 수치가 "기존 추정 범위 안에 속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이라고 밝혔다.
앞서 최근 은경완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자기자본 5조원과 유상증자 시 적용된 PBR 3.5배를 근거로 카카오뱅크 상장 시 기업가치를 약 17조5천억원 안팎으로 평가했다.

◇ 하이브도 고가 논란에 한때 주가 부진…현재는 회복
이런 공모가 논란이 본격화한 계기는 작년 10월 빅히트(현 하이브) 상장이다.
하이브 측은 증권신고서에서 자사 기업가치를 5조8천억원으로 추산하고 할인율을 적용한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을 약 3조7천억∼4조8천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플랫폼 사업도 한다는 이유로 동종 업체인 JYP엔터테인먼트, YG엔터테인먼트, YG플러스 외에도 네이버, 카카오를 비교 대상에 넣은 것이 쟁점이 됐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 최강자인 네이버·카카오를 끌어들여 공모가를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이런 논란 속에 하이브 주가는 상장 첫날부터 하락 마감하며 올해 초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 영향으로 하이브 이후 상장한 클리노믹스, 퀀타매트릭스 등이 희망 공모가를 당초 제출한 것보다 낮추기도 했다.
다만 하이브가 실제로 팬 커뮤니티 등 플랫폼 서비스 '위버스'를 상장 1년여 전에 시작, 성장시켜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네이버·카카오와 비교가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게다가 평가가치(밸류에이션) 수치가 대체로 높은 엔터테인먼트 종목 특성으로 인해 네이버·카카오를 제외하고 계산한 밸류에이션 수치(43.06배)가 이들을 포함한 수치(42.36배)보다 오히려 근소하게 높다는 사실도 '공모가 뻥튀기' 주장의 설득력을 낮추는 점이다
실제로 하이브 주가는 1월 말 네이버·YG엔터테인먼트와 제휴, 4월 미국 대형 매니지먼트사인 이타카 홀딩스 인수 등 대형 투자에 힘입어 반등, 29일 현재 시총이 10조9천억원에 이를 정도로 회복했다.
jh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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