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과 같은 돌풍은 없었다…입지 좁아진 프랑스 극우정당
집권당은 전국 득표율 고작 7%…기권율 66%로 역대 최고 기록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에 지역 정치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RN은 27일(현지시간) 치러진 광역 지방선거 2차 결선투표 출구조사 결과, 본토 13개 레지옹(광역주) 모두에서 패배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RN이 최소 6개 지역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지만 투표함을 열어보니 실제와 거리가 멀었다.
수도 파리를 품고 있는 일드프랑스, 북부 오드프랑스, 남동부 오베르뉴론알프 등에서는 공화당(LR) 등 범우파에 큰 격차로 뒤졌다.
일주일 전 1차 투표에서 유일하게 1위를 차지한 남부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에서도 LR에 10%P 이상 차이로 밀렸다.
1차 투표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린 녹색당(EELV)을 주축으로 하는 좌파 연합이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하면서 LR로 표가 몰렸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더라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기성 정당에 힘을 실어주면서 RN이 승리의 문턱을 넘을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반이민 정책을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극우 정당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프랑스에 여전히 존재한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2015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RN 전신인 국민전선(FN)이 13개 레지옹 중 6곳에서 1위를 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비교하면 극우 정당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모양새다.
당시 FN은 2차 투표에서는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지만 1차 투표 전국 득표율로 따지면 27.7%로 공화당과 사회당(PS)을 모두 제쳤다.
프랑스 지방선거에서는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으면 득표율이 10% 이상인 정당끼리 2차 투표를 한다.
유권자는 각 정당이 제시한 후보 명단에 투표하는데 각 명단에는 그 지역을 대표할 수장이 있다.
오드프랑스 지방의회 후보명단 대표로 선거를 이끈 공화당의 그자비에 베르트랑은 RN이 후퇴했다고 평가했고, 오베르뉴론알프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이끈 로랑 보키에는 RN이 번창할 여지가 없다고 못 박았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는 마린 르펜 RN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이번 패배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비록 한 지역에서라도 RN이 승기를 꽂을 수 있었다면 대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 기반을 확대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었을 텐데 그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르펜 대표는 '파시스트'로 불린 아버지 장 마리 르펜으로부터 2011년 FN 대표직을 물려받았고 그 이후 당명도 바꿔가며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
민족주의적 성향을 유지하되 지나치게 극단으로 뻗어가는 당원을 내쫓는 등 '극단적이지 않은 우파 정당' 이미지 구축에 힘썼다.
그 덕에 2012년 대통령선거 1차 투표에서 득표율 17.9%로 3위에 그쳤던 르펜 대표는 2017년 대선에서는 21.3%로 2위에 올라 결선에 진출했다.
르펜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 패배를 인정하며 승리를 위해 적과 동침도 거리끼지 않는 "부자연스러운 동맹"을 비난하며 향후 선거에서 승리의 열쇠로 "동원"을 꼽았다.
RN보다 더욱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것은 여당 전진하는 공화국(LREM)이다. 1차 투표에서 선두를 달린 곳이 한 곳도 없었고 3개 지역에서는 결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의 전국 단위 득표율 추정치를 보면 겨우 7%로 공화당 등 범우파 38%, 사회당 등 범좌파 34.5%, RN 20%에 한참 못 미친다.
스타니슬라스 게리니 LREM 대표는 집권당으로서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점을 인정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지역정당이 승리한 코르스를 제외한 나머지 레지옹 12곳에는 LR 등 범우파가 7곳, PS 등 범좌파가 5곳에 승기를 나눠 꽂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지방선거 기권율 추정치는 66%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만큼 승리를 거둔 정당조차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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