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소 사고에 면책' 은행 요구…금융당국 내달 결론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금융위원회가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등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않는 '면책 기준'을 제시할지 고심 중이다.
금융당국은 내달 중으로 이와 관련한 비조치 의견을 낼지 결정할 계획인데, 이를 계기로 '꽉 막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면책기준을 마련해 달라는) 은행들의 의견을 받아서 검토 중"이라며 "궁극적인 형태는 비조치의견서가 될 텐데 내달 중 결론날 것"이라고 말했다.
비조치의견서는 금융회사 등이 수행하려는 행위에 대해 금융당국이 향후 제재 등의 조치 여부를 회신하는 문서다. 비조치·조치·기타의 형태로 답변해 법적 불확실성을 줄여준다.
최근 은행연합회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자금세탁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심사 과정에서 은행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으면 은행에는 책임을 묻지 말아 달라는 취지의 의견을 금융위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는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에 신고해야 한다. 이때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는 것이 필수 요건이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같은 금융사에 개설된 가상자산사업자의 계좌와 그 고객의 계좌 사이에서만 금융거래를 허용해 거래 당사자의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계정이다.
은행은 이 계정을 개시할 때 해당 가상자산 사업자의 금융거래 등에 내재한 자금세탁 행위와 공중협박 자금 조달행위의 위험을 식별·분석·평가해야 한다.
사실상 은행이 거래소에 대한 '종합 검증' 책임을 떠맡는 구조인 셈이다. 은행들은 자금세탁 사고 연루 위험 등을 우려해 실명확인 계정 발급을 꺼리고 있다.
현재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갖춘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뿐인데 이들도 새로 은행의 검증을 거쳐야 해 재계약을 장담할 수 없다. 나머지 거래소는 검증해줄 은행조차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비조치 의견을 낸다고 하더라도 '이런저런 경우에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해도 된다'는 식의 구체적인 항목 기준은 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여부는 개별 은행이 자율적으로 판단할 문제이고, 당국이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게 금융위의 일관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금융위에 역할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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