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평가 '계산실수'로 수정…10개 기관 등급 조정(종합)
준정부·강소형 기관에서 오류…LH 등 공기업 결과는 변동 없어
기재차관 "신뢰 훼손 송구"…오류 관련자 평가단 해촉·검증 장치 마련
(세종=연합뉴스) 차지연 이보배 곽민서 기자 = 기획재정부가 '계산 실수'를 저질러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 일주일 만에 대거 수정했다.
10개 기관의 종합등급과 13개 기관의 성과급 산정 관련 등급이 바뀌었다. 다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공기업의 등급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안도걸 2차관 주재로 공공기관 운영위원회를 열고 경영평가 결과상 오류를 수정해 의결했다고 밝혔다.
◇ 평가배점 잘못 적용해 무더기 수정…10개 기관 등급 변동
기재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단이 사회적 가치 지표 관련 평가배점을 잘못 적용하고 평가점수 입력을 누락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도입된 1984년(공기업 기준, 정부 산하기관은 2004년부터) 이래 계산이 잘못돼 평가 종합등급을 대대적으로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과 2018년에도 오류가 있었으나 종합등급은 바뀌지 않고 성과급 산정 관련 등급만 일부 조정됐다.
수정 결과 준정부기관 5개와 강소형 5개의 종합등급이 바뀌었다. 종합등급은 S(탁월), A(우수), B(양호), C(보통), D(미흡), E(아주미흡) 등 6단계로 나뉜다.
한국가스안전공사(D→C), 한국산업인력공단(D→C), 한국연구재단(B→A), 한국기상산업기술원(D→C), 한국보육진흥원(E→D) 등은 등급이 한 단계씩 올랐다.
반면 공무원연금공단(B→C), 국민건강보험공단(A→B),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B→C), 연구개발특구진흥재단(B→C), 한국과학창의재단(C→D)은 등급이 한 단계씩 내렸다.
이에 따라 전체 131개 평가대상기관 중 양호(B) 기관은 52개에서 49개로 줄고 보통(C) 기관은 35개에서 40개로 늘었다. 미흡(D) 기관은 18개에서 17개로, 아주 미흡(E) 기관은 3개에서 2개로 각각 1개씩 감소했다.
13개 기관은 종합등급은 바뀌지 않았으나 성과급 산정에 영향을 미치는 범주별 등급(경영관리, 주요사업) 등이 수정됐다. 종합등급이 바뀐 10개 기관, 범주별 등급이 바뀐 13개 기관 등 총 23개 기관은 성과급 액수가 달라질 전망이다.
다만 이번 오류는 준정부기관 경영평가단의 평가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라 LH 등 공기업 평가 결과에는 변동이 없었다.
◇ 일부 기관 후속조치도 바뀌어
경영평가 결과 수정에 따라 기관별 후속조치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재부는 D·E 등급 기관 중 재임 기간이 6개월 이상인 기관장에 대해 경고 조치를 할 방침이었는데,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종합등급이 D에서 C로 조정돼 실적부진기관에서 제외되면서 기관장 경고 조치도 받지 않게 됐다.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기상산업기술원은 종합등급이 D에서 C로 오르면서 경영개선 계획 제출, 내년도 경상경비 삭감(0.5%∼1%포인트) 대상에서 빠졌다.
반면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종합등급이 C에서 D로 내려가면서 경영개선 계획 제출, 경상경비 삭감 대상에 추가됐다.
E등급을 받아 기관장 해임건의 대상이 됐던 한국보육진흥원은 등급이 D로 상향됐으나 2년 연속 D등급이라 기관장 해임건의 조치는 그대로 받게 됐다.
◇ "신뢰 훼손 송구"…관련 평가위원 해촉·검증장치 구축
안 차관은 이번 사태에 대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점에 대해 경영평가를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기재부는 공정성·객관성 확보와 보안 유지를 위해 평가단이 전권을 가지고 독립적으로 경영평가를 시행하고 있어 이번 사태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기재부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 준정부기관 평가단을 이끌었던 최현선 평가단장과 담당 간사, 평가위원을 해촉하겠다고 밝혔다. 오류 발생 관련 평가단 관계자는 앞으로 경영평가위원 위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재발 방지를 위해 평가단 내부에 평가검증단을 신설하고, 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등 외부 기관의 검증·관리 장치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전무후무한 경영평가 결과 수정 사태의 파장을 고려하면 '소 읽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경영평가 실무는 경영평가단의 몫이라 하더라도 총괄·검증 역할을 맡은 기재부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태 관련 대책 중 기재부 담당자에 대한 조치는 전무하다는 점도 비판 소지가 있다.
안 차관은 "경영평가의 전반적 책임은 평가 업무를 총괄하는 기재부에 있다. 그런 부분에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고 발생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제도 개선 노력에 전념하면서 추가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char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