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한반도 평화 역할해야…제재는 도구, 문제해결 못해"
베를린자유대-주독대사관 웨비나…"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 가려면 지금이 중요"
조현옥 주독대사 "한반도문제 새로운 도약 기틀 마련…북한 응답할 때"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유럽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재는 도구이지, 문제해결을 못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북한은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라는 지적도 나왔다.
미하엘 슈탁 독일 함부르크연방군대학교 교수는 이날 베를린자유대와 주독한국대사관이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4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 베를린의 제안' 웨비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유럽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서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유럽연합(EU)은 직접적으로 협상당사자는 아니지만, 인도·태평양 지역에 관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인 만큼, 특기인 평화정책을 내세워 작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탁 교수는 "유럽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분명히 지지하고, 신뢰 형성과 이에 따른 조처, 비핵화 실행에 있어서 유럽, 특히 독일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북제재와 관련, "유럽은 필요가 있는 한 제재를 유지해야 하고, 당분간 계속 유지할 필요는 있겠지만, 제재가 도구이지 문제해결은 아니라는 점도 인식해야 한다"면서 "문제는 제재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정치를 통해 해결되며, 북한은 제재가 작동하지 않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슈탁 교수는 "유럽은 앞으로 진전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 신뢰성을 바탕으로 한국과 미국에 대한 지원을 통해 기여할 수 있다"면서 "특히 안보협력의 경험을 통해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2019년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은 미국에 예측 가능한 정권이 들어섰고, 이미 대북정책 검토를 마쳤으며 한국과도 긴밀히 모든 것을 조율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은 지금 대응을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제의에 대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한반도가 김대중 대통령의 2000년 베를린 선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2017년 베를린 구상을 실현하는 항구적 평화 체제로 가려면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유럽이나 독일도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해결돼야 다시 북미, 남북대화 트랙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제재는 당분간 못 푼다는 게 일관된 입장인데, 비핵화를 목표로 하고 핵능력 감축이라는 틀 속에서 점진적으로 단계별로 해결하면서 교환해나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조현옥 주독대사는 이날 개회사에서 "지난달의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문제도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지난주 G7 정상회담에서도 한반도 평화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등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이 여전히 진행 중인데 이제는 북한이 이러한 세계의 요구에 응답할 때"라고 말했다.
귄터 치글러 베를린자유대 총장은 "베를린자유대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 선언을 발표한 역사적 장소"라며 "지난해에는 김일성대에서 북측 학생들이 계절학기 프로그램에 참여해 남북과 독일 학생들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축사에서 "독일은 우리보다 먼저 평화적 통일을 완성했고 베를린은 분단극복과 통합의 상징이 됐다"면서 "이제 유럽 평화와 번영의 구심점이 되는 독일의 경험은 우리에게 희망인데, 앞으로도 지속적인 지지와 협력을 보내준다면 한반도 평화의 진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닐스 안넨 독일 외교부 차관은 축사에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면서 "한반도에서 평화나 협력을 위해 노력하는 일은 때로는 가망 없어 보이지만, 독일의 역사를 보면 희망을 유지할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인들은 분단된 국가에서 사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때문에 한반도의 평화와 긴장 완화에 대해 큰 공감과 연대감을 느끼고 있다"면서 "한국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 속에 독일은 항상 한국 편에 서는 친구일 것을 보장한다"라고 말했다.
이은정 베를린자유대 한국학연구소장은 이날 폐회사에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는 한국이나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독일, 유럽이 적극적 역할을 하기를 기대하며, '베를린의 길'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