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진통끝 부동산세 완화한 민주당…담대한 공급 대책도 내놔야
(서울=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부동산 세제 개편안이 진통 끝에 확정됐다. 민주당은 18일 의원총회를 열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을 현행 공시가격 기준 9억 원 이상에서 '상위 2%'로 한정하는 한편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은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개편안은 당초 지난달 27일 의총에 상정됐으나 의견이 엇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날 의총에서도 격론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례적으로 개편안을 만든 부동산특별위원회의 김진표 위원장과 반대파인 진성준 의원이 프레젠테이션(PT)까지 했고, 결정도 합의가 아닌 표결을 통해 이루어졌다. 양측의 주장이 접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첨예하게 갈렸다는 방증이다. 이번 개편안은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세 부담이 커진 사람 중 실수요자에 대해 세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이나 반대 진영은 '부자 감세'라고 강력히 반발했다고 한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이제 당론으로 확정된 만큼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해 시행 과정에서 또 다른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온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그런데 당론 확정 과정을 보면 과연 이 문제가 이런 정도의 진통을 겪어야 하는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부동산 특위는 전날 당 소속 의원들에게 배포한 '부동산 특위안의 정치적 입장문'에서 "4·7 보궐선거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집값 상승과 세 부담 폭증으로 인한 부동산 민심 이반"이라면서 "세 부담 경감은 중도층 지지 확산을 위한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민생을 정치공학으로 치환한 것도 부적절하지만, 분석 자체가 그리 타당해 보이지도 않는다. 부동산 민심의 본질은 주택 가격 급등에 따른 자산 양극화의 심화, 그리고 평생 집을 갖기 어려울 것이라는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의 박탈감이다.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데 고가 주택 소유자들에게 세금 몇 푼 깎아준다고 표를 얻을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대단한 오판이다. 이번 세제 개편으로 혜택을 보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한 반면 집값, 전셋값 급등에 망연자실한 무주택자의 비율은 국민 절반에 가깝다. 당내 반대파와 정의당 등이 조세 정의의 원칙을 허무는 일이라고 개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종부세가 도입된 지 10여 년이 지난 만큼 달라진 현실을 반영해 주택을 한 채만 소유한 실수요자의 고충을 일부 덜어주자는 개편안에 대해 '정책 급변침'이라고 딱지를 붙이는 것 또한 지나치다. 원칙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되 상황에 맞춰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것 역시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움직임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도록 조심해야 함은 물론이다.
부동산 세제 완화 문제가 당내 실용파와 강경파 간의 노선 투쟁으로 비화하면서 이것이 마치 부동산 대책의 본류인 것처럼 비쳤지만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궁극적 방법은 결국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세금과 제도는 부동산 정책의 보조적 수단으로서, 정부의 정책 의지를 드러내는 지표로 기능해야 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그동안 세제 강화와 대출 규제에 초점을 맞춰 20여 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서울 집값은 지난주까지 53주, 전셋값은 무려 102주 동안 한 주도 쉬지 않고 올랐다. 규제 대책이 시장의 내성만 키운 것이다. 민주당의 송영길 대표도 최근 "세금을 때려도 집값이 잘 잡히지 않는다"며 무력감을 토로한 바 있다. 민주당은 조만간 당내에 공급대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달 중 "상상도 못 할 정도의 공급 정책"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는 지난해 '8·4 공급대책'을 발표했으나 최근 주민 반발이 있자 정부과천청사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 4천 호 공급 계획을 철회하는 등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관철하지도 못할 '찔끔 대책'이 아니라 수도권 주택시장의 지형을 확 바꿀 만한 담대한 공급 방안이 나오길 바란다. 아울러 이번 기회에 부동산 규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문제도 깊이 고민해봤으면 한다. 설익은 정책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면 설사 그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시장은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유리한 환경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그럴 경우 정책은 정반대의 효과를 내게 된다. 다소 성에 차지 않더라도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와 여야의 초당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야당도 서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된 부동산 시장을 하루속히 안정시켜야 한다는 전제에 공감한다면 지속가능한 부동산 대책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력해주길 기대한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