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푸틴 예상대로 파격없었다…'긍정적' 자평에도 큰 입장차
관계 개선 뚜렷한 전기는 마련 못해…인권·해킹 문제 등서 평행선
핵위협 감축위한 공동성명 등 일정 성과…"회담분위기 나쁘지 않아"
바이든, 유럽동맹과 공조강화 후 푸틴과 첫 담판으로 '하이라이트'
(모스크바·워싱턴=연합뉴스) 유철종 백나리 특파원 = 예상대로 '파격'은 없었다.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주요 현안에 대한 미러 양국의 입장차를 확인하는 선에 머물렀다.
'냉전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양국 관계에도 불구하고 두 정상이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며 서로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추가 협상을 계속해 나가기로 한 것이 그나마 성과로 꼽힌다. 양국의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미러 정상회담은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의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인권 문제 등을 포함한 주요 국제 현안에 대한 개입을 강화하는 가운데, 푸틴 정권이 권위주의적 내부 통치와 대외 팽창 노선을 고수하면서 양국의 대립과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루어졌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푸틴 대통령과의 '밀월' 속에 본격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미러 간 갈등 요소가 미국의 정권 교체에 따라 분출한 상황에서 열린 정상회담이기도 했다.
이번 미러 정상회담은 이 같은 양국 관계 악화에 제동을 걸고 관계 개선을 위한 계기를 마련하려는 취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일단 회담 분위기 자체는 예상보다 그렇게 험악하지 않았다.
두 정상은 회담 뒤 따로 기자회견을 했다.
먼저 회견한 푸틴 대통령은 "여러 문제에서 (양측의) 평가들이 엇갈렸다"면서도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균형감 있고 경험 많은 지도자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견에서 러시아에 할 말을 했고 향후 협력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을 부각하며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이 신냉전을 원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양국 간 갈등 고조 우려를 차단하기도 했다.
원칙적 수준의 합의도 도출됐다.
양측은 핵전쟁 위협 감소 등을 위한 전략적 안정성에 관한 공동성명을 채택, 2026년에 종료되는 미국과 러시아 간의 유일한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핵 협상도 시작하기로 했다.
미국이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해온 러시아의 해킹 문제와 관련, 양국이 사이버 안보에 대한 협의도 시작하기로 했다.
양국에서 복역하고 있는 상대국 수감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두 나라 외무부가 논의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미러 갈등 와중에 자국으로 귀국한 양국 대사들을 조만간 임지로 돌려보내자는 합의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사이버해킹과 인권 등 상호 충돌의 핵심 현안들에서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을 뿐 타협의 여지를 찾지 못했다.
4∼5시간으로 예상됐던 회담이 3시간 반 만에 끝난 데 대해서도 접점을 모색하기보다는 서로의 이견을 나열하는 데 그쳤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관심이 집중된 회담에서 바이든과 푸틴이 이견을 노출했고 합의된 것은 많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도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좋은 얘기는 많이 했지만 사이버공격과 인권 등 각종 사안에서 미러가 여전히 근본적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이 분명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당국자들은 애초부터 이번 회담이 미러관계 개선의 중대 돌파구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기대를 낮췄다. 미국 내에서는 권위주의의 선봉처럼 여겨지는 푸틴 대통령과 회담을 하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외정책의 최우선에 대중견제를 놓고 있으나 미국의 대선에 개입하고 미 기간시설에 대한 해킹도 마다치 않는 '전통적 적수' 러시아의 위협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주요7개국(G7)·북대서양조약기구·미-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이어 미러 정상회담이라는 하이라이트로 마무리된 이번 유럽 순방 일정만 봐도 러시아 견제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가 잘 드러난다.
유럽동맹과의 대중 공조 강화와는 별도로 대서양 동맹 복원을 통해 동맹 간 균열로 푸틴 대통령이 이익을 볼 수 있었던 트럼프 시절은 지나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게 바이든의 목표였던 셈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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