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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샵 아프리카] 남아공의 '광주' 소웨토를 가다
소웨토 학생봉기 '유스데이' 45주년 행사…청년실업 해결, 시대적 과제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사에 1980년 광주가 있다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민주화 운동사에는 1976년 소웨토가 있다.
16일(현지시간)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 거리에 위치한 소웨토를 다녀왔다.
이날은 남아공 공휴일 '유스데이(Youth Day)'다.
45년 전 헥터 피터슨 등 소웨토 흑인 학생 약 1만5천 명이 중등과정에서 모든 수업의 절반을 백인 토착어 아프리칸스어로 가르치려는 아파르트헤이트(흑인차별정책) 백인 정권에 대항해 봉기한 날이다.


당시 경찰은 비무장 학생들에게 경고 없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피터슨을 비롯해 수백 명의 학생이 죽거나 다쳤다.
이로 인해 세계 여론이 무자비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등을 돌리는 계기가 됐고 소웨토 봉기는 전국적 항의 시위의 기폭제가 됐다.
유스데이 기념행사가 열린 곳은 봉기의 무대 소웨토 올란도 웨스트에 있는 '이카헹(Ikageng) 이티레렝 에이즈(AIDS) 봉사단'이다.


2001년 설립된 이카헹은 소웨토 지역사회 기반 복지단체로 2019년부터 이사회가 전원 청년들로 구성됐다.
주로 젊은 층이나 아이들인 1천800명의 수혜자에게 교육과 영양 사업을 한다. 이 가운데 601명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환자로 치료와 함께 매달 식료품 꾸러미를 제공한다.
이 자리에는 시두모 들라미니 농업·토지개혁·농촌개발 부장관이 사무차관 대행 등 부처 일행과 함께 참석해 금일봉을 전달했다.


이카헹 설립자인 맘 캐럴은 정부의 지원 속에 에이즈 예방을 위해 콘돔 사용 교육 등 보건사업을 실시하고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의 낙인과 차별에 반대해 돌봄 사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소웨토가 진원지가 되자 보건부와 공동으로 코로나19 검사와 스크리닝 사업도 하고 흑인 타운십의 물리적 특성상 시행하기 어려운 사회적 거리두기도 자리 잡게 하려고 애썼다고 한다.


캐럴은 왜 이 일을 하게 됐느냐는 질문에 "원래 호텔에서 일하다가 한 에이즈 환자를 씻기게 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의 부모도 에이즈로 세상을 떴다는 것을 알게 돼 간호사 자격증을 따고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을 돌보게 됐다"라고 말했다.
65세인 캐럴은 소웨토 학생 봉기가 터졌을 때는 매우 추운 겨울날로 자신도 학생이었다면서 너무도 의미가 있는 그 시대를 살아냈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봉사단 건물에서 약 200, 300m 떨어진 헥터 피터슨 기념석에 가서 헌화 증정식을 했다.


기념석과 사진, 그림에 나타난, 당시 피터슨이 총에 맞아 쓰러져 품에 안긴 모습은 1987년 6월 항쟁 당시 연세대학생 이한열 열사가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질 당시와 대체로 비슷하지만, 나이는 13세로 훨씬 더 어렸다.
줄루족 복장을 한 여자아이들이 춤과 노래를 하고 프린스 모헬레 목사가 짧은 기념 설교를 했다.


모헬레 목사는 몸을 좌우로 힘차게 흔들면서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그날에 대한 역사를 알아야 한다"라면서 "어느날 우리는 그(피터슨)를 만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지금 젊은이들이 마약으로 죽어가고 있다면서 거짓된 리더십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모나시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산디스와 고바(20)는 이날 행사 사회를 봤는데 45년 전 그날에 학생들은 죽음으로 항거하는 배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포부를 묻는 기자에게 자신도 이들의 희생으로 이룬 성과를 계승해 "아이들이 제대로 된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타비소 차우케 이카헹 이사회 회장은 "45년 전 그들은 목숨을 바친 투쟁으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라면서 "마찬가지로 우리도 경제적 자유와 모두를 위한 무상 교육을 위해 투쟁해나가자"고 말했다.
이어 시대적 과제인 청년 실업 해결과 관련, "남아공은 아직도 젊은 층 다수가 실업 상태로 남아있다. 우리 이카헹은 기부자들을 통해 청년 고용을 창출하는데 제 몫을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차우케 회장은 십대 때 아버지가 살해되고 2년 후 어머니마저 중풍에 쓰러진 후 돌아가셔서 자신도 이카헹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지금 이 일을 하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소웨토 입구로 진입하는 도로 양옆으로는 비공식 주거지 양철집과 함께 맞은편에는 벽돌집이 자리하고 있어 이 안에도 부의 불평등 문제가 있음을 짐작케 했다.
소웨토는 요하네스버그의 남서쪽에 위치한 남아공 최대 흑인 타운십으로 그동안 그 앞을 지나만 가고 범죄 우려 때문에 좀처럼 가보지 못했는데 유스데이를 맞아 '역사적' 접점을 찾게 됐다.


이날 현지 언론도 여럿 몰려와 열띤 취재를 해 오늘날 소웨토 학생 봉기가 갖는 의미를 되새겼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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