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보다 작은 공룡' 호박 속 실제 주인공 도마뱀 확실해져
비늘까지 보존된 같은 속(屬) 화석 통해 도마뱀 특징 확인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난해 가장 작은 공룡으로 발표됐다가 철회된 9천900만년 전 호박(琥珀) 속 두개골의 주인이 도마뱀이라는 점이 더 잘 보존된 다른 종(種)을 통해서 다시 확인됐다.
손가락 끝마디 크기의 호박에서 발견된 이 두개골은 지난해 3월 '눈과 이빨, 새'를 뜻하는 라틴어인 '오쿨루덴타비스 카운그라이'(Oculudentavis khaungraae)라는 학명을 붙여 현존하는 가장 작은 새인 벌새에도 못 미치는 몸집을 가진 초소형 공룡으로 발표됐다.
새처럼 둥근 두개골에다 가늘고 뾰족한 주둥이를 가진 것을 근거로 공룡으로 분류됐지만 얼마못가 도마뱀과 비슷한 눈구멍 등을 근거로 공룡이 아닌 도마뱀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관련 논문도 철회됐다.
미국 플로리다자연사박물관과 과학 전문 매체 등에 따르면 스페인 '카탈루냐 고생학물 연구소'의 아르나우 볼렛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O. 카운그라이와 속(屬)은 같지만 새로운 종인 O. 나가(naga)를 찾아내 연구한 결과를 생물학 저널 '커런드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O. 나가는 두개골뿐만 아니라 비늘과 연조직까지 호박 속에 보존돼 도마뱀이라는 점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 것으로 연구팀은 밝혔다.
학명에 포함된 나가는 호박이 발견된 곳에 사는 나가족에서 따왔다. 이 호박은 O. 카운그라이 두개골이 담긴 호박과 같은 지역에서 발견됐으며, 똑같이 약 9천900만년 전에 나무의 진이 굳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오쿨루덴타비스 두 종의 뼈를 3차원(3D) 디지털 화면으로 정밀 비교 분석해 비늘과 아래턱에 직접 붙은 이빨, 어깨뼈와 눈 구조 등에서 도마뱀의 특성을 찾아냈다.
O. 나가 호박에서는 주둥이 위로 이어진 볏과 턱 밑의 펄럭거리는 느슨한 피부 등도 확인됐다.
두 화석은 언뜻 보기에는 다르지만 각 뼈를 디지털로 분리해 비교하면 차이점이 크게 줄며 같은 속으로 분류하기에 충분할 만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호박 속 두개골이 보존 과정에서 형태가 변한 것도 확인했다.
O. 카운그라이는 주둥이 부분이 더 좁게 압착되면서 부리와 비슷한 형태를 띠게 됐으며, O.나가는 두개골이 압착돼 도마뱀의 특성이 더 두드러지게 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논문 공동저자인 텍사스 샘 휴스턴 주립대학의 파충류학자 후안 디에고 다자 박사는 오쿨루덴타비스가 "오늘날 도마뱀과는 다른 정말로 이상한 동물"이라면서 "이즈음에 많은 도마뱀이 출현한 것으로 추정하지만 아직 지금과 같은 외양으로 진화하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오쿨루덴타비스 속이 "이쪽에 속할 수도 있고 저쪽 속할 수도 있는 특성을 가졌지만 실제로는 어느 쪽에도 완벽하게 들어맞지 않는다"면서 이런 점이 과학자들을 헷갈리게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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