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조직 히트템' 암호 메신저앱…알고 보니 FBI 함정
3년간 100개국 1만2천 명이 사용…"외교행낭으로 마약밀수" 자랑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범죄단체 조직원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던 암호 메신저 앱이 국제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함정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사법당국이 800명이 넘는 조직범죄 관련 용의자를 체포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ANOM'이라는 이름의 암호 메신저앱을 소개했다.
지난 2018년 FBI와 호주 경찰이 공동으로 기획한 함정 수사의 도구로 개발된 이 앱은 애플이나 구글의 앱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앱이 아니었다.
이 앱을 사용하기 위해선 사전에 이 앱이 설치된 특수 전화기를 암거래 시장에서 구매해야 했다.
사용료도 6개월간 2천 달러(한화 약 223만 원)나 됐지만, 원한다고 모두 사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기존 사용자의 추천이 없으면 앱 사용도 불가능했다.
메시지를 암호화할 수 있는 데다가 철저하게 아는 사람들끼리만 사용할 수 있다는 안전감이 범죄조직 사이에서 인기의 원동력이 됐다.
시장에 소개된 얼마 되지 않아 100개국 이상에서 300개 이상의 범죄조직이 이 앱을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 유럽연합(EU) 경찰기구인 유로폴의 설명이다.
사용자 수는 1만2천여 명에 달했다.
물론 암호화된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는 열쇠는 FBI가 들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을 알 수 없었던 국제 범죄조직들은 이 앱을 사용해 스스럼없이 범죄를 모의했다.
한 조직원은 프랑스의 외교행낭을 이용해 마약을 운반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가 사법당국에 적발됐다.
에콰도르의 참치 회사는 참치 대신 마약을 아시아와 유럽에 공급했고, 또 다른 남미의 조직은 마약 밀수를 바나나 수출로 위장했다.
벨기에 당국은 이 앱을 통해 입수한 정보를 통해 1천523㎏의 코카인을 압수했다.
호주에선 일가족 5명에 대한 살해 모의를 포함해 21건의 살인 계획을 사전에 적발했다.
이번 함정 수사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800명이 넘는 조직범죄 관련 용의자를 체포됐지만, 나머지 용의자들도 조만간 추가로 체포될 예정이다.
kom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