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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과 첫 협연 김선욱 "너무 신나는 일…연주의 맛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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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필과 첫 협연 김선욱 "너무 신나는 일…연주의 맛 나"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진은숙 피아노협주곡 협연 엄청난 의미"
"팬데믹에도 침잠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관객 돌아올 것…지휘 계속할 것"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기나긴 봉쇄 끝에 5일(현지시간) 세계 최고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베를린필)와 첫 협연을 마친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는 무대의 여운이 서려 있었다.
공연장을 다시 찾은 관객들은 오랜만에 직접 듣는 연주에 눈시울을 붉히면서 좀처럼 박수를 멈추지 못했다.

김선욱은 이날 베를린필과 협연 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유럽에서 관객이 있는 연주를 한 것은 8개월만"이라며 "봉쇄 조처가 시작되면서 관객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베를린필과의 첫 협연에 대해 "단원 일부와 같이 실내악은 했는데, 오케스트라와 연주한 것은 처음"이라며 "너무 좋고 신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선욱이 베를린필과 처음으로 협연한 곡은 진은숙 작곡가의 피아노협주곡이다. 진 작곡가가 1996∼1997년 작곡한 피아노협주곡은 베를린필에서는 초연이다.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을 프로그램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베를린필의 기조에 따라 선곡됐다.
그는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이들이 모였으니 이해도도 너무 훌륭하고, 같이 연주하는 맛이 확실히 나는 오케스트라인 것 같다"면서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진짜 최고로 생각하는 오케스트라니까 영광"이라고 덧붙였다.
김선욱은 2014년 정명훈 지휘하에 서울시향과 협연으로 진 작곡가와 음반 작업을 함께 한 바 있다. 이 음반은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클래식음반상'을 받았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누나이기도 한 진 작곡가는 내년부터 5년간 통영국제음악제 예술감독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김선욱은 "이 곡을 실연으로 연주할 기회가 많이 없는데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다니 제게는 엄청난 의미가 있다"면서 "관객들은 새로운 음악을 들었을 수 있지만, 저한테는 뜻깊은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곡에 대한 해석이 7년 전과 달라졌느냐는 질문에는 "해석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면서 "저도 해석이 몇 군데 바뀌고, 지휘자마다 생각하는 게 다르기 때문에 맞춰나가는 재미가 굉장히 있다. 이번 연주도 의미가 있고 좋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를린필이 지난해 11월 봉쇄 이후 7개월 만에 한국인 작곡가의 곡을 선곡해, 한국인 피아니스트와 협연으로 관객이 있는 공연을 재개한 데 대해 "클래식의 원산지라는 유럽에서 아시아 음악가들의 활동이 늘어나 이제는 익숙하지 않나 싶다"면서 "클래식도 국제화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첫 협연 이후 관객들이 박수를 멈추지 않아 김선욱은 3차례의 커튼콜 끝에 앙코르곡으로 요한네스 브람스의 생애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인터메조 Op. 118을 연주했다.

김선욱은 팬데믹 속 음악가들의 생활과 관련, "다들 침잠하지 않고 서로 만나면 기운을 북돋아 주면서, 열심히 하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금처럼 하면 관객도 금방 돌아오리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올해 1월 KBS교향악단과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2번과 교향곡 7번 공연으로 지휘자로 데뷔한 그는 앞으로도 지휘자로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는 지휘자로서 데뷔 이후 피아니스트로서의 시각이 달라진 게 있느냐는 질문에는 "음악 작업 프로세스가 다르긴 한데, 지휘는 아직 경험이 너무 부족하니까, 앞으로 계속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달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8월에 대구에서 솔라시안 유스 오케스트라를 지휘한 뒤 9월께 독일로 복귀할 예정이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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