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이탈리아 마피아 25년만에 석방…유족 분통
마피아 재판 판사·배신한 조직원의 11세 아들 등 100명 넘게 살해
검찰에 협조해 감형 후 출소…유족 "정부가 우리에게 등 돌려"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이탈리아에서 마피아 재판을 맡았던 판사를 폭탄 테러로 살해한 것을 포함해 극악한 범죄로 복역 중이던 마피아 두목이 25년 만에 풀려났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 출신인 지오반니 브루스카(64)는 '돼지' 또는 '살인마'라는 별명으로도 통했으며, 100명 이상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심지어 그는 지난 1993년 11세 소년을 납치한 후 살해하고 사신을 산성 용액에 담아 없애기도 했다. 복수를 위해 범죄를 저질렀으며, 소년은 조직을 배신한 다른 마피아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브루스카는 마피아 사건을 집중해서 맡았던 지오반니 팔코네 판사와 부인, 그리고 경찰관 3명을 살해한 지 4년 만인 1996년 체포됐다.
고속도로에 미리 400㎏에 달하는 폭발물을 설치한 뒤 팔코네 판사의 승용차가 지나갈 때 터뜨렸고, 이 혐의로 체포된 브루스카는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거물급 두목 토토 리나의 최측근이었던 그는 두목이 사망하자 조직을 물려받았다.
그가 석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수감 중이던 2000년부터 범죄 조직인 코사 노스트라에 대한 수사에 협조해 감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실제 그의 협조로 코사 노스트라의 조직원과 살인자들을 대거 검거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스카는 검찰에 협조하면서 "나는 평생 코사 노스트라에 조직원으로 일하면서 150명 이상을 살해했다"라며 "죽인 사람의 이름조차 모두 기억하지 못하겠다. 나는 짐승이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던 브루스카가 석방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피해자 가족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우려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판사 살해 당시 사망한 경호원의 아내는 "정부가 우리에게 등을 돌렸다"라며 "29년이 흘렀지만, 우리 가족을 파괴한 브루스카나 그가 저지른 살인은 여전히 미궁 속에 있다"라고 비판했다.
팔코네 판사의 여동생은 "인간적으로 본다면 그가 풀려난다는 사실 때문에 힘들다"라며 "그러나 수사에 협조한 마피아에 감형하는 것은 법에 따른 것이고 오빠도 이를 지지했기 때문에 법을 존중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다시 범죄를 저지를 수 없도록 사법 당국이 철저한 감시를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그를 검거했던 경찰관은 "체포될 때 브루스카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다"라며 "브루스카가 모든 죄를 털어놨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절대 그를 용서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민주당(PD)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브루스카의 석방은 이탈리아가 추구하는 정의가 아니다"라며 "배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숨쉬기 어려울 정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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