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럽 순방 앞두고 터진 동맹 감청 의혹…난감한 바이든
대서양동맹 재건에 먹구름…감청대상 지목 메르켈 등과 어색한 대면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미국 정보기관이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 사태 이후에도 유럽 주요 정치인을 감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곤란한 처지에 빠졌다.
11일(현지시간)부터 취임 후 첫 유럽 방문에 나서 대서양 동맹 재건의 계기로 삼는다는 게 바이든 대통령의 구상이었는데 출발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감청 의혹이 터진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1∼13일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벨기에 브뤼셀로 넘어가 14일 열리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취임 후 첫 해외순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무너지다시피 한 대서양 동맹 재건을 위해 유럽부터 찾는 것이다.
16일에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잡아뒀다. 유럽 동맹과의 관계 강화를 토대로 푸틴 대통령과의 담판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야심 찬 구상에 먹구름이 등장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덴마크 정보기관과의 협력하에 2012∼2014년 독일과 스웨덴, 노르웨이, 프랑스의 유력 정치인과 정부 고위 당국자를 감청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중앙정보국(CIA)과 NSA에서 일했던 스노든이 2013년 6월 미 정보당국의 무차별적 정보 수집에 대한 기밀문서를 폭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리고 NSA의 감청이 계속됐다는 얘기가 된다.
당시 냉랭해진 유럽 동맹국에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던 건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였다. 바이든은 부통령이라 한발 물러서 있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바이든이 직접 나서 어색해진 유럽 동맹과의 관계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감청 대상으로 지목된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직접 대면해야 한다.
이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불쾌감을 공개 표명하며 압박에 나섰다.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의혹이 사실이라면 동맹 간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아주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면서 미국에 관련 정보를 요청했고 답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도 "우리는 그런 것을 오래전에 논의했고 우리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신뢰하는 관계에 기대고 있고 그때 맞았던 것은 지금도 맞는다"면서 미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압박했다.
미국과 사사건건 대치하는 중국도 덩달아 나서 비판에 가세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이번 의혹 보도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매우 곤란한 시점에 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맹 간 감청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일이 많지 않을 뿐 늘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현직 미 당국자들을 인용, 동맹도 정기적으로 서로를 상대로 정보활동을 하기 때문에 이번 의혹 보도에서 거론된 행위가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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