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파아메리카 브라질 개최 결정에 비난 봇물…"지금이 그럴때냐"
코로나 국정조사위원들 "국민조롱·광기"…예선경기 거부하는 지방정부도 나와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남미축구연맹(CONMEBOL)이 2021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대회) 개최지를 브라질로 변경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이후 브라질 내에서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코파아메리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또다시 무책임한 행태를 보인다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보건 전문가들은 코파아메리카를 개최하면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높여 코로나19 환자 증가세를 부추길 것이라며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개최지 변경을 발표한 남미축구연맹은 물론 이를 받아들인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축구협회(CBF)를 향해 "현재 상황에서 코파아메리카 개최는 무책임한 짓"이라면서 "이해할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보우소나루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따지는 상원 '코로나19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의원들은 코파아메리카 개최를 두고 '국민을 조롱하는 짓' '광기 어린 행동'이라며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에 따라 코파아메리카 개최 문제도 앞으로 국정조사에서 다뤄질 것으로 보이며,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국정조사위 간의 공방도 더욱 확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정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시작돼 90일간 계속되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연장될 수도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19 대응과 백신 외교에서 중대한 과실을 저지른 사실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책임자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 전문가들은 지지율 추락으로 고심하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파아메리카로 시간을 벌고 코로나19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축구로 돌리려는 꼼수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 정부에서도 코파아메리카 개최에 대한 거부감이 나타나고 있다.
북동부 페르남부쿠주 정부는 브라질에서 대회가 열리더라도 지역 내 어떤 축구 경기장에서도 예선경기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남미축구연맹(CONMEBOL)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2021 코파 아메리카가 브라질에서 열린다고 밝히면서 대회 개최를 위해 문을 열어준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브라질축구협회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회 기간은 6월 13일부터 7월 10일까지이며, 남미 10개국이 2개 조로 나뉘어 예선전을 치른다.
1916년에 창설된 코파아메리카는 남미 대륙 최대의 축구 국가 대항전이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축구 국제대회다.
올해 제47회 대회는 애초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가 공동 개최하려다 반정부 시위와 코로나19 확산 탓에 개최지가 변경됐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