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철수하면 살해될라"…美에 협력 아프간인 보호대책 비상
미, 최장기 아프간전 철군 눈앞…현지 협력인 신변 위협 고조
특별이민비자 대안 부상…미 의회서도 "시간과 싸움" "신의 지켜야" 촉구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 철수를 준비 중인 가운데 미국에 협력한 현지 아프간인의 안전과 대피 문제가 새로운 해결 과제로 대두됐다.
아프간전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시작됐다가 아직도 진행 중인 전쟁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월 11일까지 미군 철수 완료를 선언했다.
미 역사상 최장기인 20년간 이어진 전쟁이다 보니 아프간 내에 통역요원을 비롯해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들도 상당하다.
특히 미군 철수 후 아프간 반군인 탈레반이 득세하면 미국에 협력한 사람들의 신변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의회를 비롯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실제 지난 1월에는 통역을 담당하던 한 아프간인이 10살짜리 아들이 보는 앞에서 탈레반에 살해되는 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아프간인은 미국 이주를 위해 비자를 신청해둔 상황이었다.
29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구제책의 중심에는 특별이민비자(SIV) 프로그램을 통해 아예 이들을 미국으로 데려오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철수 완료까지 불과 몇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과 싸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촌각을 다투는 대책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법상 이민 심사는 9개월이지만 보통 4년이 걸린다. 이미 비자를 신청해 놓은 아프간인만 해도 1만8천 명이 넘는다.
국무부는 최근 심사 지체를 해결하기 위해 재원을 더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다 보니 비자를 신청한 아프간인을 미 본토가 아닌 괌으로 먼저 옮긴 뒤 비자 심사를 기다리도록 하자는 의견까지 나온다.
미 정부는 현지 협력자들의 안전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하진 못했다고 더힐은 전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주 아프간인 협력자들을 어떻게 대피시킬지에 관한 계획 수립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들에게 신의가 있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일을 할 것이며, 그들이 원한다면 아프간 이외 지역으로 나오도록 보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회에서 관련 법안도 잇따른다. 민주당 제이슨 크로우, 공화당 브래드 웬스트럽 하원 의원은 의료검진 요건을 완화해 SIV 심사를 촉진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 얼 블루머나워, 공화당 애덤 킨징어 의원은 비자 승인 대상을 4천 명 더 늘리는 법안을 제출했다.
킨징어 의원은 "우리는 아프간 철수 문제에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근 20년간 미국의 임무를 지원한 아프간인을 저버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데 모두 동의한다"며 "이들을 저버리는 것은 근본적으로 그들에게 사형 선고장을 넘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 공화당 마이클 맥컬 외교위 간사는 비자 심사를 촉진하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하라는 서한을 최근 국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공화당 샌 설리번 상원 의원은 최근 관련 청문회에서 "1~2년 내 우리 군에 협력한 누군가가 추적 내지 살해 당한다면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며 "이들은 아프간에서 우리를 돕기 위해 희생하고 생명의 위험을 무릅쓴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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