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기구, 벨라루스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조사키로
"강제착륙 명백…국제항공법 위반 여부 확인 예정"
미국·유럽 등서 조사 요구…러시아·중국은 지지 안 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벨라루스의 아일랜드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36개국으로 구성된 ICAO 이사회는 이날 긴급회의에서 나흘 전 벨라루스 당국이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수도 민스크에 강제로 착륙시킨 사건을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이사회는 성명에서 "강제착륙이 명백하다"라고 지적하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사실을 규명하고 회원국이 국제민간항공협약(시카고협약)과 관련 부속서를 비롯한 국제항공법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사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국제민간항공협약은 각국의 배타적 영공주권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비행안전을 위협하는 행위는 금지하고 있다.
또 1971년 체결된 몬트리올협약(민간항공의 안전에 대한 불법적 행위 억제를 위한 협약)은 '허위임을 아는 정보를 교신해 항공안전에 위해를 가하면 범죄를 범하는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벨라루스는 라이언에어 여객기 기내에 폭발물이 설치됐다고 통보한 뒤 전투기까지 출동시켜 민스크국제공항에 착륙시켰다.
이후 여객기에 탑승해있던 야권 인사를 공항에서 체포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 벨라루스가 이날 ICAO 이사회 긴급회의에서 라이언에어 여객기가 조종사의 선택에 따라 리투아니아에 착륙할 수도 있었다며, 벨라루스에 강제로 착륙시킨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내놨다고 전했다.
여객기 착륙을 직접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전날 의회연설에서 같은 취지로 해명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 ICAO 조사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중국은 ICAO가 행동에 나서기 전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을 규탄하면서 벨라루스 제재에 착수하는 한편 ICAO에 조사를 요구해왔다.
주요 7개국(G7)은 이날 공동성명에서 "벨라루스의 행위는 승객·승무원의 안전을 위험에 빠트리고 민간항공 운영규정을 심각하게 공격했다"라며 ICAO에 해결을 촉구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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