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착륙 체포' 벨라루스 야권인사 동료 "보안기관 복수작전"
프라타세비치 부모와 함께 회견…어머니 "아들, 고문받아 혐의 인정"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 당국의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으로 체포된 야권 활동가 라만 프라타세비치(26)의 부모와 동료가 27일(현지시간) 폴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의 구명을 호소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해 프라타세비치와 함께 반정부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를 창설했던 스테판 푸틸로는 바르샤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여객기 납치를 '국제테러행위'라고 규탄하면서 "이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벨라루스 대통령)의 개인적 적 가운데 1명인 프라타세비치를 체포하기 위해 벨라루스 보안기관이 사전에 계획한 작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프라타세비치 체포는 지난해 벨라루스 내 대선 부정항의 시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넥스타의 활동에 대한 복수라고 강조했다.
푸틸로는 "지금 라만에게 고문이 가해지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벨라루스 국가보안위원회(KGB)는 구금자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화학물질 등을 비롯한 금지된 방법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프라타세비치가 석방될 수 있도록 유럽연합(EU)이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압박을 강화해 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자신과 동료들이 주기적으로 많은 위협을 받고 있다면서 폴란드 당국에 추가적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프라타세비치의 어머니 나탈리야는 회견에서 "제발 내 아들을 구해달라"면서 "그는 소요사태를 선동하지 않았고 폭력이나 군사행동을 선동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언론인으로서) 벨라루스에서 일어났고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머니는 "제발 내 심장의 비명을 들어달라"고 읍소했다.
나탈리야는 이날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도 여전히 아들의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 앞서 벨라루스 당국이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아들이 고문을 받아 자신에 대한 소요사태 선동 혐의를 인정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어머니는 프라타세비치가 우크라이나의 극우민족주의 의용대인 '아조프 대대'에서 봉사했다는 벨라루스 보안기관의 주장에 대해 "아들은 기자로서 우크라이나에서 일했을 뿐 아조프 대대에서 근무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지난해 벨라루스의 대선 부정 항의 시위 과정에서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를 통해 시민들의 시위 참여를 조장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프라타세비치는 앞서 23일 벨라루스 당국이 그리스 아테네-리투아니아 빌뉴스 노선을 운항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 여객기를 자국 수도 민스크 공항에 강제로 착륙시킨 뒤 공항에서 체포됐다.
그는 곧바로 보안기관 요원들에 의해 민스크 시내 구금시설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까지 정확한 소재지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프라타세비치는 소요 조장 혐의 등으로 기소될 경우 1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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