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된 코로나 기원 논쟁…미 "추가조사" vs 중 "음모"(종합)
바이든, 코로나19 기원 추가조사 지시하며 대중국 압박
시진핑 "중국이 방역에 기여"…중 외교부 "미, WHO 조사받아야"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한종구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에 대한 추가 조사를 지시하면서 미중 간 '중국 기원'을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 행정부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중국을 '코로나19 책임론'에서 자유롭게 해주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로 보인다.
이에 반해 중국은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의 전 세계 지원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음모로 몰아세우고 있다.
WHO는 코로나19가 중국 우한(武漢) 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작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하지만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우한연구소가 유출지일 수 있다는 의혹을 보도하면서 기원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이 감염된 동물 또는 실험실 사고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정보 당국에 추가 조사를 통해 90일 이내 다시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미 보건당국 조사요원이 중국에 가지 못한 것이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방해했다는 취지로 언급하며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의구심을 드러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 정보당국에 지시한 추가 조사 대상에는 중국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포함돼 있다고도 밝혔다.
앤디 슬라빗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 선임고문도 전날 "우리는 중국의 완전히 투명한 절차가 필요하다"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공개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우한연구소 연구원 3명이 첫 발병보고 직전인 2019년 11월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아팠다고 보도해 실험실 기원설을 재점화했다.
하원 정보위의 공화당 소속 의원들은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우한연구소에서 바이러스가 유출됐을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 연구소가 생물무기 연구에 연루됐을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외국 수반들과 연쇄 통화를 통해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기여를 강조하고 중국 외교부와 관영 매체들은 미국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6일 비디아 데비 반다리 네팔 대통령과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양국이 방역 협력을 강화했다면서 "최근 남아시아에 코로나19 사태가 재유행해 네팔도 도전에 직면했는데 중국은 즉시 네팔에 필요한 의료 물자와 백신을 제공하고 방역 경험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이날 밀로 주카노비치 몬테네그로 대통령과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중국의 방역 지원을 언급하면서 중국과 중동부 유럽국가 간의 협력 강화를 제의했다.
또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통화에서도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중국과 유럽의 실질적 협력은 큰 잠재력을 보여줬다"면서 중국과 유럽의 관계를 새로운 기회를 맞이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1∼2월 WHO 전문가팀이 우한(武漢)을 방문해 조사한 뒤 실험실 유출 가능성이 낮다고 발표한 사실을 강조하며 감염병 상황을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과학을 존중하지 않고 인민의 생명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오 대변인은 이어 2019년 하반기 미국에서도 원인을 알수 없는 호흡기 질병이 발생했다며 미국도 자국처럼 WHO 전문가팀을 초청해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받을 것을 촉구했다.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중국 매체들도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코로나19 기원 음모론을 꾸미고 있다면서 미국이야말로 전 세계에 있는 미국의 실험실을 개방하고 조사를 받아야 한다며 비난을 쏟아냈다.
우한 바이러스연구소 측은 월스트리트저널의 의혹 보도와 관련해 "아무 근거가 없는 허튼소리로 연구소에서 3명이 감염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베이징 소식통은 "미중 간 갈등이 홍콩, 대만, 신장 문제에 이어 코로나19까지 전방위로 확산하는 모양새"라면서 "미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중국 책임 문제를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최대한 유리한 협상 카드를 쥐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