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코로나 백신 안 맞으면 성지순례도 금지
여행산업 살리고 세계 행사 유치 주력
소셜미디어서 정부 강제 조치에 불만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꺼리는 이에 대한 불이익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사우디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경우 성지 순례나 해외여행, 대학 강의 수강, 쇼핑몰·사무실 입장 등을 막아 접종률을 올릴 계획이다.
종교나 경제 활동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사실상 백신 접종을 강제화하는 셈이다.
엄격한 이슬람 국가인 사우디에서 무슬림에게 가장 신성한 종교의식인 성지순례를 금지하는 정책은 상당히 강력한 압박이다.
이에 따라 상시 성지순례(움라)에 이어 정기 성지순례(하지)도 백신 접종자나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회복된 경우에만 허용할 예정이라고 AFP가 전했다.
사우디가 이같이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데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를 다변화하기 위한 '비전 2030'과도 연관이 깊다.
이를 위해 사우디는 여행산업을 되살리고,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타격을 받은 스포츠·엔터테인먼트 행사를 유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이번 달에는 백신 접종자나 항체 형성이 확인된 경우에만 해외여행을 허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8월1일부터는 교육기관과 경기장 등 정부와 민간 시설 출입은 물론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여기에 사우디 정부는 공공·민간 기업에서 근무에 복귀하려면 백신 접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조치를 발표해 개인의 선택권을 무시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에서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백신 접종 의무화 반대', '내 몸 선택권은 내게 있다' 등의 문구를 올리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국가에서는 백신 접종자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방향이라면 사우디는 불이익을 주는 쪽을 택한 셈이다.
미국은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현금과 야구장 입장권, 맥주 상품권 등을 백신 접종자에게 주는 유인책이 등장했다.
캘리포니아대 모니카 간디 교수는 "사우디는 접종을 의무화함으로써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접종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라며 "그러나 이러한 조치는 강압적으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중동 지역의 아랍에미리트(UAE)나 바레인 등도 사우디와 유사한 조처를 하고 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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