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 생물다양성 위기, 공룡대멸종 때보다 훨씬 더 심각"
유럽 지역 민물 달팽이 등 분석 결과…"균형 회복에 수백만년 걸려"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재 민물 생태계의 생물다양성 감소 속도가 백악기 말기 공룡대멸종 때보다 빠르며, 앞으로 수십~수백 년간 일어날 피해를 복구하는 데 수백만 년이 걸릴 것으로 지적됐다.
인간에 의한 서식지 파괴와 기후변화, 남획 등으로 멸종위기종이 늘어나면서 지금의 생물다양성 위기는 지구 역사상 6번째 대멸종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6천600만년 전 지구 생물의 76%를 앗아간 5차 대멸종보다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독일 유비투스 리비히 기센대학교 동물 생태·체계학과의 토마스 노이바우어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유럽지역 민물 복족류(腹足類) 연구를 통해 얻은 이런 결론을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의 개방형 정보열람 자매 학술지인 '커뮤니케이션스 지구 및 환경'(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발표했다.
복족류는 원추형 껍질이 나선형으로 말린 달팽이, 소라 등의 생물로, 7만5천여종에 달해 연체동물 중에서 가장 큰 강(綱)을 형성하고 있다.
네덜란드 '자연 생물다양성 센터'에 따르면 연구팀에는 진화 생물학자,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등이 참여해 가장 큰 멸종위협을 받는 민물 생물군에 초점을 맞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생물다양성 위기를 5차 대멸종 때와 비교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지난 2억 년간 유럽지역의 민물 복족류 화석과 살아있는 복족류 3천387종 자료를 구축해 종(種)의 분화와 멸종 속도, 회복 기간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5차 대멸종 때 민물 생물군의 멸종률이 이전에 연구됐던 것보다 상당히 높았으며 6차 대멸종에서 예견되는 미래의 멸종률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척추동물에 초점을 맞춘 이전 연구에서는 민물 생물군이 5차 대멸종 때 가장 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발표된 바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5차 대멸종 때 멸종률이 10배가량 증가했으며, 6차 대멸종의 미래 멸종률은 5차 대멸종 때의 1천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 100년 뒤인 2120년께 민물생물종의 3분의 1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노이바우어 박사는 현재 종을 잃는 속도는 과거 대멸종 때도 이르지 않았던 유례없는 수준이라면서 "종의 상실은 결국 전체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민물 환경은 인간의 건강과 영양 유지, 깨끗한 물 공급 등을 의존하는 중요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또 5차 대멸종이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소행성이 떨어지면서 갑작스럽게 시작됐지만 이후 약 540만 년에 걸쳐 멸종이 진행되고, 종을 회복하는 데 690만 년이 걸려 대멸종이 시작되고 다시 종의 탄생과 멸종이 균형을 이루는 데 약 1천200만 년이 소요된 점은 6차 대멸종 전망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이바우어 박사는 "지금 당장 생물군에 대한 충격을 중단한다고 해도 높은 멸종률은 상당 기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현재의 생물다양성 위기가 공룡 대멸종 때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를 회복하는 데는 더 오랜 기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eomn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