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계속되는 마윈 때리기…"후판대 간판 사라져"
마윈이 설립한 경영대학원…"명나라 동림서원 연상케 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때리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마윈이 설립한 경영대학원의 간판이 사라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 홍콩 명보는 마윈 주도로 2015년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설립된 '후판대학'(湖畔大學)의 간판이 전날 지워졌다고 보도했다.
명보는 중국 인터넷상에서 도는 짧은 동영상을 인용, 후판대 캠퍼스 내 커다란 바위에 새겨져있던 '湖畔大學'이라는 네 글자를 한 직원이 기계를 이용해 갈아버렸다고 전했다.
후판대는 마윈이 기업계, 학계 인사 8명과 함께 설립한 경영대학원이다.
2014년 사치풍조 근절에 나선 중국 당국이 폐쇄한 항저우 시후(西湖) 호반의 마 회장 소유 클럽 '장난후이'(江南會)를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을 가진 차세대 기업인 양성을 위한 사관학교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마 회장이 초대 교장을 맡은 후판대는 이후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만큼 입학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으며 금세 엘리트 양성소로 명성을 얻었다.
마 회장 등 저명인사의 강연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마윈이 당국에 괘씸죄로 찍히면서 이 학교에도 불똥이 튄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9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정부가 후판대 신입생 등록을 중단시켰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FT는 "하버드대만큼 들어가기 어렵다는 후판대가 3월말 시작할 예정이었던 신입생 수업을 보류했으며 언제 등록이 재개될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판대를 겨냥한 것은 마윈에 대한 탄압이 그의 사업을 넘어 그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다른 영역에까지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FT에 "중국 정부는 후판대가 중국 최고 기업가들이 공산당 대신 마윈이 설정한 공통의 목적을 지향하도록 이끌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며 "이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명보는 "후판대는 엘리트주의로 비판받아왔다"며 "누리꾼들은 후판대 간판이 사라진 것이 명나라 동림서원(東林書院) 사태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현재 장쑤(江蘇)성 우시(無錫)에 위치한 동림서원은 명나라 말기 유배당한 세력이 모여 학문 활동을 하며 세를 키우던 저항 세력의 중심지였다.
마윈은 작년 10월 상하이 금융 포럼에서 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이후 당국에 미운털이 박혔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취소됐고, 알리바바는 지난달 당국으로부터 역대 최고인 3조원대 반독점 벌금을 부과받았다.
또 앤트그룹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알리바바그룹을 둘러싼 당국의 여러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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