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시위 격전지 칼리, 도로봉쇄에 식량·연료난까지
격렬한 시위로 일상 마비…봉쇄 시위 속 물품 수급도 차질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보름 넘게 시위가 이어지는 콜롬비아 내에서도 가장 격렬한 충돌이 일어난 곳은 인구 규모 3대 도시인 동부 칼리다.
한때 전 세계 마약시장을 주름잡던 악명높은 칼리 카르텔과 '살사의 도시'로 유명한 칼리는 계속되는 도로봉쇄 시위 속에 사실상 마비 상태가 됐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칼리에서 도로봉쇄 시위가 이어지면서 물품 운송에도 차질이 생겨 식료품값은 3배 오르고, 연료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연료난 속에 일부 주유소는 아예 문을 닫았고, 기름이 있는 주유소엔 2㎞ 밖까지 주유 행렬이 늘어섰다.
시위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여러 상점이 문을 닫았는데, 문을 연 슈퍼마켓에도 텅 빈 선반이 늘어났다.
지난달 28일부터 콜롬비아 전역에서 계속되는 이번 시위는 이반 두케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촉발됐다.
중산층과 서민의 세 부담을 가중하는 개편안에 반발해 노동자, 학생 등을 중심으로 거센 시위가 이어지자 두케 정부는 개편안을 철회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시위대는 빈곤과 불평등, 경찰 폭력 등에 항의하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위 과정에서 40명 넘게 숨졌는데 칼리에서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현지 시민단체 템블로레스는 이번 시위로 칼리에서 민간인 35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강경진압이 계속되자 시위대의 분노도 더 커졌다.
두케 대통령도 두 차례 칼리를 찾아 저소득층 학생들에 대한 지원책 등을 발표했으나 시위대를 달래진 못했다.
AFP통신은 인구 250만 명 칼리가 "빈곤, 오랜 인종갈등, 마약밀매, 최근의 폭력적인 반정부 시위까지 콜롬비아의 모든 악(惡)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젊은 층이 주도하는 봉쇄시위로 일상이 거의 마비되자 일부 주민들은 정부와 시위대가 협상해 생필품 수송만이라도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한다.
칼리 시민 안드레스 볼라노스는 로이터통신에 "매우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지내고 있다"며 "양측이 '인도주의 통로' 마련에 합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위대는 정부와 원하는 합의점에 도달할 때까지는 후퇴할 생각이 없다.
도로봉쇄를 주도하는 엘리사베트 세르나(40)는 "많은 주민이 이미 매일매일 식량 부족을 겪어왔다"며 "모두를 위한 싸움인 만큼 시민들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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