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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8조원 투자 보따리 푼 현대차…美 전기차 시장 2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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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8조원 투자 보따리 푼 현대차…美 전기차 시장 2위 노린다
내년에 아이오닉 5 美 생산 유력…"시장 파이도 커질 것"
노조 반대 우려도…현대차 "국내 물량 이관 없다"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현대차그룹이 2025년까지 5년간 미국 시장에 전기차 등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8조원을 풀기로 하면서 미국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를 '전기차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현대차그룹이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차질이 빚어질 위기에 처한 전동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전기차 시장 점유율도 늘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 현지에서 전기차 모델 생산을 추진하기로 하고 우선 내년에 현대차의 전기차 생산을 시작하기로 했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싼타페와 투싼, 아반떼, 쏘나타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으며, 기아[000270]는 조지아 공장에서 쏘렌토와 K5를 생산하고 있다. 북미 전략 차종인 텔루라이드는 전량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작년에는 현대차는 26만8천700대를, 기아는 22만4천200대를 각각 미국 현지에서 생산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번 투자 계획에서 당장 구체적인 생산 차종과 규모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일단 내년에 앨라배마 공장에서 첫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 5를 생산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그린뉴딜'과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미국제품 구매)' 정책을 강력하게 펼치는 가운데 전기차 현지 생산을 통해 미국 내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조사기업 EV볼륨스닷컴에 따르면 작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324만대로, 유럽(140만대)과 중국(134만대)이 각각 4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33만대에 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과 판매가 중국 시장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200조원의 정부 예산 지출도 결정됐다.
정부 기관이 가진 44만대의 공용차량도 모두 미국산 전기차로 교체하기로 했다. 전미자동차노조 역시 현지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 등을 고려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으로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쟁력 있는 전기차 모델과 현지 대량 양산 능력을 갖춘 업체의 선전이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작년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테슬라 20만6천대, GM 2만1천대, 폭스바겐 1만2천대, 르노-닛산 1만대, 현대차그룹 7천대, BMW 2천대 등의 순이다.
김준성 메리츠증권[008560] 연구원은 "2025년까지 내연기관 파생 모델이 아닌 다종의 전기차 전용 모델 라인업을 준비한 업체는 현대차그룹, GM, 폭스바겐 뿐"이라며 "2022년 이후 현지 대량 생산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2위 확보 가시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이번에 생산 공장을 새로 짓는 것은 아니고 전기차 현지 생산을 위한 라인 설비 확충 등에 투자하는 것이지만, 이를 통한 브랜드 가치 제고와 판매 확대 등의 효과는 클 것으로 현대차그룹은 보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이 설립된 2006년과 2010년 이후 미국 내 판매량은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앨라배마 공장은 2010년 무렵 생산능력(캐파)이 완전 가동(풀가동)되며 연간 생산량 30만대를 넘어섰고, 이후 국내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출되는 선적량 역시 2012년 35만대를 넘어서며 현대차의 미국 현지 판매량이 처음 70만대를 넘어섰다.

기아 조지아 공장 역시 풀가동된 2012년 이후 연간 35만대 이상을 생산해냈으며, 선적량 역시 2013년 33만9천대, 2014년 41만3천대, 2015년 43만8천대 등으로 늘어났다. 기아의 미국 현지 판매량은 2016년 64만7천여대를 기록했다.
미국 현지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자동차 수요 확대 등 다른 요인도 있겠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현지 생산과 고용 확대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공장 설립 이후 브랜드 가치가 제고되며 현지 생산뿐 아니라 국내 공장의 미국 수출량도 늘어났던 것처럼 전기차를 현지 생산하면 국내 부품업체의 수출도 늘어나고 시장 자체의 파이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형 투싼의 경우 올해 2월부터 미국에서 생산에 들어가 3월부터 현지 생산분을 판매하고 있지만,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1만6천901대가 팔리며 월간 최다 판매 기록을 세우는 등 인기를 끌며 일부 물량은 국내 생산분이 수출되고 있다.
투싼에 이어 많이 팔리는 차종인 신형 아반떼 역시 작년 10월부터 미국 현지 생산 중이지만 현재까지도 일부 물량은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한 물량으로 해소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도 전기차 현지 생산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우려한 노조의 반발이 예상된다. 올해 임금단체협상 요구안에 신사업 변화에 대응한 기존 일자리 지키기가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져 전기차 해외 생산 역시 주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조만간 노조에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차 정책에 따른 미국 현지 생산의 불가피성 등을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미국 전기차 신규 수요 창출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국내 전기차 생산 물량의 이관은 없으며 국내 공장은 전기차 핵심 기지로서 역할을 지속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hanajj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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