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전 '인분'이 밝혀준 현대인 장내 미생물 현주소
다양성 크게 떨어지고, 항생제 내성·염증 유발 유전자↑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인간의 장(腸) 내 미생물 군집이 지난 2000년 사이 큰 변화를 보이며 생물다양성이 약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하버드의대 '조슬린 당뇨병센터'의 알렉산다르 코스틱 박사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미국 남서부 유타주와 멕시코 북부 동굴에서 발굴된 약 1천~2천 년 전 고대 인분(人糞)에 남은 미생물의 DNA를 분석해 현대인의 것과 비교해 얻은 이런 연구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산업화 지역과 오지 현대인의 식습관 비교를 통해 산업화한 식습관이 장내 미생물 군집을 약화하고 비만과 자가면역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제시돼 왔지만 산업화가 이뤄지기 전 고대인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어떠했는지는 근거 자료가 제한적이었다.
네이처와 몬태나대학 등에 따르면 코스틱 박사 연구팀은 북미 남서부의 건조한 동굴 3곳에서 부패하지 않고 잘 보존된 상태로 발굴된 8건의 인분 시료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연구팀은 방사성탄소(C-14) 연대측정을 통해 약 10~920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 이 시료에서 유전물질을 분리해 DNA 염기서열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총 498종의 미생물 게놈을 구축했는데, 이 중 181종은 고대 인간의 장에서 나온 것이 분명한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이를 현대인에게서 채취한 789개 시료의 미생물 DNA와 비교했다. 이 시료들은 산업화한 도시의 식품점에서 식자재를 구입해 먹는 사람과 원주민 부락을 이루고 먹거리를 직접 재배해 먹는 사람들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고대 미생물 61종은 지금까지 학계에 보고되지 않았던 종으로 현대인의 장에 있는 미생물과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포네마 수키니파키엔스'(Treponema succinifaciens)라는 미생물의 경우 현대인의 장내 미생물 군집에서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나 고대인 미생물 군집에서는 8건 모두에서 존재하는 것이 확인됐다.
코스틱 박사는 이와 관련, "이전에는 다양한 음식을 섭취해 많은 미생물 군집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산업화를 겪고 식료품점 음식을 먹으면서 다양한 미생물 군집을 지탱할 수 있는 영양분을 잃었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이와 함께 고대 미생물은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유전자를 적게 갖고, 장의 점액층을 약하게 만들어 염증을 유발할 수 있는 단백질 생성 유전자 수도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인 중에서는 그나마 부족 생활을 하며 자급자족하는 비산업화 인구가 고대인 장내 미생물 군집과 더 비슷한 것으로 분석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몬태나대학의 메라데스 스노우 교수는 "가장 큰 발견은 고대인의 장내 미생물 군집이 현대인보다 훨씬 다양하며, 이런 다양성의 상실은 모든 현대인에게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작은 미생물에 관해 더 많이 알고 인간과의 공생관계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궁극에는 우리 모두를 더 건강하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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