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위한 원자력 역할 있어…신재생과 조화 필요"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등 에너지 전문가들 입 모아
(서울=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태양광, 풍력,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영숙 기후변화센터 이사장은 11일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차대회 기조연설을 마친 뒤 한 인터뷰에서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의 조화가 필요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유 이사장은 "국제 사회가 제시하는 데이터나 과학적인 근거를 보면 (조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저도 상당 부분 동의한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에서 발표하는 데이터를 봐도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같이 가야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정부가 많은 고민 끝에 정책을 발표하고 추진하는 것이므로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조화가 필요하다는) 부분을 계속 강조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은 탈원전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하려 하는 정부 정책이 가능한지를 묻는 말에 "어려운 질문이지만,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려는 노력은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그는 "원전을 포함해 에너지 전환 문제와 관련해선 국민 의견을 더 많이 수렴해야 한다"며 "정부가 납득할 것은 납득하고, 전문가들과 과학에 기반을 둔 토론을 통해 올바른 결정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기후위기가 더 빨라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공황, 2차 세계대전, 오일쇼크,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전 세계가 위기를 겪을 때마다 온실가스 배출이 떨어졌다가 급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마찬가지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나면 온실가스도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은 절대 쉽지 않고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어려운 과제이지만, 그럼에도 후손들을 위해서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원자력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피터 프레이저 IEA 화석연료 및 전력시장본부장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바람직한 미래 에너지전략'을 주제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원전을 포함한 청정에너지 기술의 확대가 전 세계 에너지시스템을 탄소중립으로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임채영 한국원자력연구원 혁신원자력시스템연구소장은 "원전이 탄소 감축의 실질적인 수단이라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고 위험과 방사성폐기물에 대한 우려를 포함해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과 유연성이 우수한 소형모듈원자로(SMR)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미국 로펌 헌튼앤드류스커스의 조지 보로바스 원자력부문장 역시 "원자력은 선택지라기보다는 기후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며 "화석연료 사용량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원자력을 포함해야 전 세계가 요구하고 있는 탈탄소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보로바스는 한국 원전의 수출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선 "국내에서는 사용하지 않지만 (해외에) 판매하겠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러시아, 중국 등이 뛰어들어 경쟁이 과열되는 원전 수출 시장에서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 정부가 국내외 원자력 프로그램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원전 수주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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