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마윈?' 메이퇀 창업자 '분서갱유 비판 한시' 파장(종합)
시진핑·공산당 비판 해석에 주가 폭락 시총 30조원 감소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알리바바에 이어 중국 당국의 두 번째 공식 반독점 조사 대상이 된 메이퇀(美團)의 왕싱(王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공산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한시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러다가 '제2의 마윈(馬雲)'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무성해지자 왕 창업자는 뒤늦게 자기가 한시를 올린 것이 당국 비판과 관련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지만 메이퇀 시가총액이 이틀만에 약 30조원 쪼그라드는 등 후폭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11일 중국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왕 CEO는 지난 6일 트위터와 유사한 중국 SNS인 판퍼우(飯否)에 당나라 시인 장갈(章碣)이 진시황(秦始皇)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비판하려고 쓴 한시 '분서갱'(焚書坑)을 올렸다.
28자로 된 이 한시는 "책 태운 연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동쪽 산에서 반란이 일어나니 유방과 항우는 원래부터 책을 읽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국에서 일반적으로 이 시는 체제 비판적인 시로 여겨진다. 현지에서는 왕 CEO가 이 한시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과 중국 공산당에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더욱이 일당독재 체제로 당국 비판 의견이 크게 제한되는 중국에서 분서갱유는 매우 민감한 단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에서 왕 CEO의 행동이 정부에 명백히 '잽'(jab)을 날린 것으로 여겨졌다고 전했다.
왕 CEO가 앞서 당국을 정면 비판한 마윈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날 홍콩 증시에서 메이퇀 주가는 7.1% 폭락해 하루 만에 시가총액이 약 160억 달러(약 17조9천억원) 감소했다.
왕 CEO는 논란의 글을 삭제했다. 이어 판퍼우에 새 글을 올려 자신이 올린 한시가 중국 인터넷 업계 내 치열한 경쟁에 관한 것이었다고 '해명'을 했지만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투자자들은 (중국에서)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비친 경영자들이 대가를 치러야 했던 사실에 조마조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11일도 메이퇀 주가는 5.25% 급락했다. 전날과 이날 이틀에 걸쳐 시총이 약 30조원 감소했다.
이런 시장의 우려는 나름의 '경험'에 근거를 둔 것이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는 작년 10월 상하이 금융 포럼에서 선을 넘어 당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후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예정이던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은 전격 취소됐고 이후 그가 세운 알리바바는 반독점, 개인정보 보호 등 명분을 앞세운 당국의 강력한 규제의 '시범 케이스'가 됐다.
메이퇀은 안 그래도 중국 정부의 반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메이퇀은 이 조사로 최대 7억 달러(약 7천800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2010년 설립된 메이퇀은 인터넷 음식 배달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종합 인터넷 생활 서비스 업체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11일 종가 기준으로 1조5천128억 홍콩달러(약 217조원)에 달한다.
공교롭게도 왕 CEO가 올린 한시가 화제를 모은 10일 상하이시 소비자보호위원회는 노동절 연휴 기간 소비자들의 불만이 대거 접수됐다면서 '예약 면담'(約談·웨탄) 형식으로 메이퇀 관계자를 소환해 공개 질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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