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학교 폭탄테러 목적은 여성교육 협박"
전문가들 분석…실제 "등교 겁난다" 반응
미군 철수로 아프간 여성교육 위기 심해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여학생 수십 명을 숨지게 한 폭탄 테러가 여성에 대한 교육을 협박하려는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의 소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아프간 카불 서부의 학교 근처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이들은 여학생이다.
사망자 53명 가운데 대다수가 여학생인데다 테러가 여학생이 하교하는 시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로 팔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는 자이나브 마크수디(13)는 "회복한 뒤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시 다치기 싫다"며 "일어난 일을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여파가 바로 아프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이 바라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아프간의 정부기관인 독립인권위원회(AIHRC)의 샤하르자드 아크바르 위원장은 "미성년자, 특히 학교에 가는 소녀들을 겨냥한 이번 공격의 메시지는 매우 암울하고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폭력 사태가 추가로 발생한다면 가장 위태로운 처지에 있는 이들은 여성, 소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테러의 배후로는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정파 탈레반, 국제 테러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아프간 지부가 거명된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을 의심하지만 탈레반은 IS의 소행이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들 세력은 둘 다 이슬람 율법을 자의적이고 강경한 보수적 시각으로 해석해 여성 사회활동, 특히 인적개발과 직결되는 교육을 억압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간한 2020년 인간개발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은 성평등지수에서 조사대상 189개국 가운데 169위를 기록했다.
유니세프(유엔아동기금)의 2018년 아프간 교육 보고서를 보면 아프간에서 학령기에 학교에 가지 않는 어린이가 370만명으로 추산되며 그중 60%가 여아다.
유니세프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전통적 사회규범과 치안 불안 때문에 여아의 취학률이 낮다"고 지적했다.
학교를 겨냥한 전날 테러는 특히 미군이 아프간에서 철수하는 시기와 맞물려 더 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탈레반이 체결한 2020년 합의에 따라 9월 11일까지 아프간에 주둔한 미군을 전원 철수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미군 철수가 극단주의의 세력 확대로 이어져 아프간 여성 교육에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WSJ은 여성의 교육 접근권 확대가 아프간 미군 주둔 20년 역사에서 가장 구체적 성과 중 하나였다고 해설했다.
여성 교육을 둘러싼 정부, 학부모, 학생의 두려움이 증폭되지만 현장에서는 이에 굴하지 않겠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번 테러로 다리를 다친 타히라 하사니(17)는 WSJ 인터뷰에서 "나아서 다시 걸으면 공부를 계속할 것"이라며 "검사가 돼 부정이 가득한 이 나라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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