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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장악한 엘살바도르 여당, '눈엣가시' 대법관들부터 제거
부켈레 대통령에 반기 든 대법관들·야권 성향 검찰총장 파면
야권 '의회 쿠데타' 비판…미 국무도 '심각한 우려' 전달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여당이 장악한 엘살바도르 국회가 출범 첫날 대법관들과 검찰총장을 경질했다.
이들을 '눈엣가시'로 여겨온 나이브 부켈레(39) 대통령은 환호했고, 야권과 국제사회는 비판했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새 국회는 전날 밤 표결을 거쳐 대법원 헌법재판부의 판사 5명 전원을 파면하기로 했다.
해당 판사들은 곧바로 국회의 결정이 위헌이라고 판결하고 물러나길 거부했으나, 국회는 즉시 새 판사들을 임명했다.
15명 대법관 가운데 이번에 경질된 헌법재판부 판사들은 부켈레 대통령이 추진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강경 방역 조치 등에 제동을 걸어 대통령의 반발을 산 바 있다.
국회의 결정 직후 부켈레 대통령은 트위터에 "엘살바도르 국민이 그들이 대표를 통해 (대법관들에게) '해고'라고 말했다"며 박수를 보냈다.
국회는 곧이어 야권 성향으로 여겨지는 라울 메레라 검찰총장도 함께 축출했다.

지난 2월 선거로 구성된 엘살바도르 국회는 부켈레 대통령이 이끄는 여당 '새로운생각'을 포함한 여당 연합이 전체 84석 중 61석을 차지하고 있다.
좌우 양당이 장악했던 기존 국회와 사사건건 부딪쳐 온 중도 포퓰리스트 성향의 부켈레 대통령은 총선 압승을 이끌며 국회를 자기 편으로 만들었다.
이어 국회를 통해 마음에 들지 않는 대법관과 검찰총장을 곧바로 몰아내며 사법부까지 '접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이전에도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부켈레 대통령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야권과 국제 인권단체 등은 이번 국회의 결정에 크게 반발했다.
우파 민족공화연맹(ARENA)과 좌파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FMLN)은 한목소리로 "의회 쿠데타"라며 비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호세 미겔 비방코 미주 국장은 "부켈레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저버리고 모든 권력을 그의 손에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미주기구(OAS) 역시 비판 성명을 냈다.
미국 정부는 부켈레 대통령에 직접 경고를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일 트위터에 "부켈레 대통령과 통화해 대법원과 검찰총장을 흔들려는 전날의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민주적인 통치에는 권력분립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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