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멘솔담배·가향시가 판매 금지 추진…이번엔 성공할까
흑인 흡연자 85% 멘솔 담배 소비…바이든 행정부 양극화 해소 의지
담배회사 반발 불가피 전망…사회적 의견 수렴 거쳐 수년 걸릴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미국 정부가 멘솔(박하향) 담배와 향이 나는 시가 등에 대한 판매 금지 방침을 밝혔다.
다만 담배 회사들의 소송 가능성을 포함해 규제를 둘러싼 찬반 양론이 가열될 전망이어서 사회적 의견 수렴 등 절차를 거쳐 실제 규제가 이뤄지려면 최대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29일(현지시간) 흑인과 1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멘솔 담배를 비롯한 저가 가향 시가류에 대한 판매 금지안을 내년까지 확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2013년 제기된 멘솔담배 금지 시민 청원에 대한 답변 시한에 맞춰 마련됐다.
앞서 미국의 19개 단체는 지난해 FDA가 해당 청원에 답변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시한을 이날로 정했다.
FDA는 과거 오바마·트럼프 행정부 시절에도 멘솔 담배에 대한 규제를 몇 차례 시도했지만, 담배회사를 비롯해 의회의 조직적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좌절됐다.
2009년 담배 규제권을 넘겨받은 후 FDA가 유일하게 규제하지 못하고 있는 가향 담배가 멘솔이다.
재닛 우드콕 FDA 국장 대행은 "이번 조치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구하고, 미래 세대가 담배에 중독되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FDA에 따르면 멘솔 담배를 금지할 경우 최근 40년간 발생한 담배와 연관이 있는사망 63만건을 막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흑인이었다.
미국 내에서는 멘솔 담배 판매를 놓고 이미 대립이 첨예한 상황이다.
특히 발암 물질 등을 이유로 미국 내 전체적인 흡연율이 급감하는 가운데 전체 흡연에서 멘솔 담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특히 흑인 흡연자 가운데 85%가 멘솔을 피운다는 점에서 이 문제를 흑인과 소수 인원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질병 관리에서 양극화를 해소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난제인 멘솔 담배 문제에 칼을 빼든 셈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에 따르면 흑인 흡연자들은 백인에 비해 늦은 나이에 담배를 시작하고 상대적으로 흡연량도 적지만, 암이나 심장 관련 질환 발생 비율은 훨씬 높다고 영국의 BBC 방송이 전했다.
시민단체들은 또 담배 회사들이 저소득층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멘솔 담배 판매를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면 담배회사들의 저항에 더해 일부 흑인 지도자들도 멘솔 담배 규제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멘솔 담배 판매를 불법화하는 것은 결국 이를 판매하고 소비하는 흑인 청소년들을 지하세계로 내모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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