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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샵샵 아프리카]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 산불의 명암
시민들 소방관 격려·대학생 지원 돋보여…부랑자 방화설에 노숙자 실태 조명도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세계 7대 자연경관 중 하나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테이블마운틴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발생한 산불은 세계적 휴양지 케이프타운의 명암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불길은 나흘 만에 잡힌 가운데 23일 오전만 해도 소방관들이 아직 잔불로 인해 산불이 재발할지 모니터링하고 있었다.
그동안 산 일대 토지 600헥타르(6㎢)가 불에 탔지만,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다행히 없다.

케이프타운etc 등 현지매체에 따르면 그러나 소방대원 6명이 진화 작업 중 부상하고 주민 9명이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후송됐다. 소방대원 최소 250명이 강풍 속에 불을 끄느라 사투를 벌였다. 연일 논스톱으로 진화 작업을 하느라 탈진해 불길 옆에 쓰러져 누워 있는 한 소방대원의 사진이 소셜미디어에 회자하기도 했다.
화상 등으로 입원한 소방관 2명 중 한 명은 23일 현재도 중환자실(ICU)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테이블마운틴 주변 11개 구조물이 이번 산불 피해를 봤다.
여기에는 로즈뱅크 지역 주택 두 채, 케이프타운대(UTC) 캠퍼스 교육 건물 6동, 역사적 기념물인 모스터트 밀(풍차), 재거 도서관, 로즈 메모리얼에 잇는 레스토랑 등이 포함됐다
특히 설립된 지 거의 200년 된 UCT의 재거 도서관은 아프리카학 세계 최대 컬렉션 중 하나였다.
3천500점의 오래된 아프리카 관련 필름, 7만5천 점에 달하는 아프리카학 기록 인쇄물의 대다수, 남아프리카와 대륙에 관한 정부 출판물, 개인 기증자료 등이 소실 돼 대학이나 남아공만의 손실이 아니라 "대륙의 손실"이라는 한탄이 대학 안팎에서 나왔다.

다행히 지하 2층에 있는 일부 문서는 건졌지만, 이것도 소방수 침수 피해가 우려되고 소장 도서의 디지털 작업도 극히 일부만 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관계자는 "이미 사라져버린 것들은 대체 불가능하다"라면서 그러나 이제부터라도 대학 자신의 학술 보고(寶庫)를 새로 쌓아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대학 측은 1930년대 지어진 재거 도서관을 재건할 방침이다.
UCT는 남아공의 대표적인 명문대로 한때 세계 100위권 이내 대학으로 손꼽혔으나 역설적으로 1994년 흑인 민주화 정권 창출 이후 구시대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의 유물로 간주되는 등 새로운 건물 투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학력 수준도 과거보다 저하됐으며 특히 대학 소장 도서도 미국 지방 주립대 수준에도 못 미친다는 자조적 평가가 교민들 가운데 나오기도 했다.
불이 옮겨붙은 곳 중 하나인 대학 주변 로즈 메모리얼은 과거 영국 제국의 아프리카 식민주의자였던 세실 로즈를 기념하는 건물로 지난해 7월 로즈 동상의 두상이 잘려 나간 곳이기도 하다.
이번 불로 UCT와 로즈 메모리얼이 오히려 잘 파괴됐다는 트윗이 일각에서 올라오자 다른 많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몰지각하다"면서 거세게 반발하기도 했다.
불이 난 후 UCT 학생 4천 명이 긴급 대피하고 기숙사 학생들은 시내 호텔에 분산 수용됐으며 비정부기구와 시민들의 식료품 등 지원이 잇따랐다.
또 시민들이 소방관들의 노고에 고마움을 표하는 생수 등을 잇달아 기증했다.

김명옥 케이프타운한인회 부회장은 "케이프타운 시민들은 어려운 때 정말 잘 도와준다"라고 평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산불은 부랑자에 의해 시작됐다는 의혹 때문에 케이프타운 노숙자들에 대한 후폭풍이 우려된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실제로 산불 이후 테이블마운틴을 관장하는 남아공 국립공원 레인저(순찰대원)들은 해당 지역에 있는 많은 노숙자를 이동시키고 잠정적으로 일반 대중에게 산을 폐쇄했다.
앞서 일요일 오전 산불이 발생한 데 이어 당일 저녁에 3명이 다른 곳에 추가로 불을 놓았다는 혐의를 받는 가운데 그중 한 명이 용의자로 붙잡히기도 했으나 용의자는 방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 용의자는 산사면 임시구조물에 살고 있었다.
노숙자 지원 단체 관계자는 온라인 매체 IOL에 "이번 산불로 법적 책임을 물을 사람에게는 그렇게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이를 구실로 어디 갈 데 없어 거친 바깥에서 자는 사람들을 싸잡아 매도해선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거리와 산에서 노숙하는 사람들을 더 힘껏 돕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케이프타운 일대 노숙자 수는 쉼터 등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보다 대략 네 배가 더 많다.


지난 3월 24∼26일 케이프타운 출장 취재를 다녀올 때 테이블마운틴 주변 거리에서 노숙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는데 일부는 아예 도로변에 텐트까지 치고 있었다.
노숙자 수는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록다운(봉쇄령)으로 인해 이전보다 더 늘어났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UCT는 흑인 민주정권 수립 선거일을 기념하는 공휴일 '자유의 날'을 하루 앞둔 26일부터 수업을 재개할 방침이다.
UCT를 비롯한 케이프토니안(케이프타운 시민)들이 불탄 재 속에서도 다시 발아하는 테이블마운틴의 페인보스 관목처럼 이번 산불 후 어떻게 희망의 싹을 틔워나갈지 주목된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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