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완다 정부 "1994년 학살, 프랑스가 가능하게 해" 보고서 내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르완다 정부가 1994년 당시 프랑스 정부가 르완다 학살을 예측할 수 있음에도 아무 일도 안 해 결과적으로 80만 명 이상의 학살을 가능하게 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펴냈다.
19일(현지시간) AP 통신이 입수한 600쪽 분량의 르완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프랑스는 1994년 4월과 5월 일어난 학살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는 또 그후 수년 간 학살에 관한 자국의 역할을 은폐하고 일부 학살범들에게 보호처를 제공하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날 르완다 각료회의에 정식으로 제시된 후 대중에 공개될 보고서는 학살로 이어지는 수년 동안 프랑수아 미테랑 당시 대통령과 그 행정부는 학살 준비에 대한 지식이 있었으나, 그러한 "경고 신호"에도 불구하고 당시 르완다의 쥐베날 하비아리마나 대통령 행정부를 계속 지원했다고 결론지었다.
보고서 저자들은 "프랑스 정부는 예견된 학살에 대해 눈이 멀지도 않았고 의식이 없지도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르완다 보고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르완다 학살의 역사적 진실과 관련해 의뢰한 프랑스 보고서의 발간 후 한 달이 채 안 돼 나왔다.
프랑스 보고서는 프랑스 당국이 학살 준비에 대해 "무지"했고 그때 너무 늦게 반응하는 바람에 광범위한 학살을 이해하거나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프랑스 정부가 학살에 이른 사태 추이에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중대하고 압도적인 책임"이 있다고 결론지었다.
당시 학살은 주로 소수파 투치족을 대상으로 했고 이들을 보호하려던 온건 후투족도 죽임을 당했다. 극단주의 후투 단체가 학살을 저질렀다.
양 보고서는 르완다와 프랑스 두 나라 사이에 그동안 악화한 관계의 개선을 위한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르완다의 빈센트 비루타 외교부 장관은 프랑스와 "새로운 관계를 맺을 준비가 돼 있다"고 AP에 밝혔다. 아프리카 중동부에 위치한 르완다는 인구 1천300만 명의 소국이지만 전략적인 나라이다.
르완다 보고서는 2017년 르완다 정부가 미국 워싱턴의 로펌인 레비 파이어스톤 뮤즈에 프랑스 정부의 학살과 관련한 역할을 조사해 달라고 의뢰해 나오게 됐다.
보고서는 정부·비정부기구·학계의 광범위한 문서와 외교전문, 다큐멘터리, 비디오, 뉴스 기사 등을 참조했다. 보고서 저자들은 250명 이상의 증인들을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sungj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