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최악 페름기 말 대멸종 육지서 10배가량 더 지속
육지동물 100만년간 멸종…해양동물 10만년간 진행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최악으로 꼽히는 약 2억5천200만 년 전 페름기 말 대멸종이 바다보다는 지상에서 열 배 넘게 오래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구 생명체 역사 약 38억 년을 1년으로 환산했을 때 페름기 말의 해양 생물은 약 14분 만에 95%가 사라지며 멸종 기간이 짧게 끝났지만, 육지에서는 이보다 훨씬 더 긴 2시간 20분에 걸쳐 대멸종이 진행됐다는 것이다.
미국 시카고 '필드 자연사 박물관'(Field Museum)에 따르면 이 박물관의 박사후연구원 피아 비글리에티가 이끄는 연구팀은 페름기 말 대멸종 당시 지금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루 분지에서 살았던 588마리의 네발 동물 화석을 분석한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페름기 말 대멸종을 전후해 총 400만 년 사이에 형성된 화석들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약 30만 년 단위로 13개 그룹으로 나눠 통계분석법을 이용해 종(種)의 출현과 멸종을 분석했다.
그 결과, 멸종률이 높아지고 출현율은 낮은 시기를 시작으로 높은 멸종률이 100만 년가량 이어졌으며,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 경계 때 절정을 맞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만 년가량 이어진 해양 동물의 멸종 기간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비글리에티 박사는 해양 침전물로 상대적으로 많이 남은 화석을 통해 "해양 동물의 멸종이 짧은 기간에 끝난 것으로 확인돼 육지 동물도 같은 양상을 보였을 것으로 생각해 왔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해양 동물의 멸종은 오래간 육지 동물의 멸종에 비하면 구두점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상과 해양 동물의 멸종 기간이 차이 나는 이유는 분명치 않지만, 바다가 일정 수준까지 화학적 변화를 흡수하고 스스로 안정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데서 비롯된 현상일 수 있는 것으로 제시했다.
비글리에티 박사는 "지구 기후변화는 시간이 흐르면서 누적되고, 생태계도 서서히 파괴되다가 어느 시점에 도달하면 지푸라기 하나가 낙타 등뼈를 부러뜨리는 것처럼 완전 붕괴하고 만다"면서 현재의 바다도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수온 상승을 견디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산성화나 백화현상과 같은 생태계 붕괴를 맞는데, 페름기 말의 대양에서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을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또 다른 동물이 살아남기 위해 사투를 벌일 때 오히려 번성해 페름기 말 대멸종의 상징적 동물처럼 된 고대 포유류인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에 주목했다. 이 동물은 종에 따라 작은 개에서 소 정도 크기의 몸집을 가진 포유류 초기의 초식 동물로 부리와 돌출된 어금니를 갖고 있다.
연구팀은 리스트로사우루스가 대멸종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출현해 충분한 개체 수를 가진 점을 확인했으며, 이전에 알려진 것처럼 다른 동물이 멸종해 사라진 뒤 황폐된 땅을 차지하게 된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을 멸종시킨 환경 변화에 적응한 결과라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팀은 페름기 말 대멸종에 대한 이해는 고대 포유류가 사라지면서 생긴 공백을 공룡의 조상이 차지하면서 연 공룡시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해 주고, 현재 진행되는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의 결과에 대한 통찰력도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했다.
논문 책임저자인 필드 박물관 척추 고생물학 큐레이터 켄 안지엘치크 박사는 "인간이 야기한 환경 변화와 동식물종에 미치는 영향은 인류 역사에서 필적할 만한 것이 없는 수준에 도달해 가고 있다"면서 "페름기 말 대멸종의 화석 기록은 대형 생물다양성 위기가 어떤 모습이며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제시해 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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