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들었으니 쏘지 마" 미 13세 소년 총격피살 항의 시위
경찰전문가 "순간적 결정…총격 이해 가능" 경관 옹호
법률전문가 "경찰 지시에 따랐고 투항하는 순간 총에 맞았다"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경찰이 13세 용의자를 도보 추격하다 총격 사살한 사건 현장 동영상을 확인한 주민들이 참담한 심경을 표하며 경찰의 과잉 대응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섰다.
시카고 경찰의 위법행위를 수사하는 독립기구 COPA(Civilian Office of Police Accountability)가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간) 경찰 총격 피해자 애덤 톨리도(13) 사살 현장 동영상을 일반에 공개한 후 도심 시청 앞에서부터 사건 발생지인 라틴계 밀집지 리틀빌리지까지 시내 곳곳에서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WGN방송에 따르면 지역사회 운동가들과 시민단체는 16일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 자택이 있는 도심 인근 로건 스퀘어 파크에서 연합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오후 5시30분 기준 약 600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시위대는 톨리도가 빈 두 손을 들고 경찰에 투항하는 순간 총에 맞았다면서 "두 손 들었으니 쏘지 마"(Hands Up, Don't Shoot), "살인 경찰관을 체포하라"(Arrest Killer Cops), "애덤을 위한 정의"(Justice for Adam)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집회 후 라이트풋 시장 자택으로 행진해 가서 항의 시위를 계속할 계획이다.
주민들은 총격 경찰관 에릭 스틸먼(34)의 기소를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총격이 있기 전에 톨리도가 총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을 봤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찰은 톨리도와 무력 대치 끝에 발포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공개된 여러 각도의 동영상을 보면 톨리도는 울타리가 있는 노천 주차장 입구에 멈춰서 울타리 뒤로 총을 버리고 두 손을 들며 돌아서는 순간 총에 맞는다.
동영상을 확인한 이들은 '경찰이 톨리도 손에 총이 있는 걸 마지막 본 때는 언제인가', '총격 경관은 톨리도가 총을 버려 위협이 경감됐음을 확인할 여지가 없었나', '톨리도에게 경찰 명령에 따를 기회가 주어졌나' 등 다양한 의문을 제기했다.
총탄은 톨리도의 왼쪽 가슴에 명중했고, 경찰의 응급처치에도 불구하고 톨리도는 회생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경찰개혁 전문가 찰스 램지는 스틸먼 경관이 상황에 맞게 행동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냈다. 워싱턴DC 경찰청장·필라델피아 경찰청장 등을 역임한 램지는 "전체적인 정황을 보면 총을 쏘지 말았어야 했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순간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는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카고대학 법대 크레이그 퍼터먼 교수는 "스틸먼 경관은 톨리도에게 '손을 보여라. (총을) 버리라'고 소리쳤고, 소년은 그가 지시한 대로 따랐다"며 경찰 대응을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톨리도는 '멈추라'는 지시에 따라 멈췄고, 총을 버렸다. 그는 피격 당시 빈 두 손을 들어올리며 항복 의사를 표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도 경관은 즉자적 판단대로 행동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2014년 시카고 남부에서 발생한 흑인 10대 라쿠안 맥도널드(당시 17세) 16발 총격 사살 사건을 상기시킨다.
이후 시카고 경찰은 무력남용 관행을 개선하기로 약속했으나 용의자에게 여전히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특히 소수계 다수 거주지에서 용의자를 추격할 때 너무 성급히 총을 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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