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탓 히말라야에 모기 출현…말라리아까지 번졌다
3∼4천m 고지대 생태지형 변화…서식종 바뀌고 눈도 안내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꼭대기까지 미친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고지대의 생태 풍경도 바꿔놓고 있다.
최근 히말라야의 해발 3천m 이상 고지대 마을에서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종류의 조류, 곤충, 동물들이 목격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히말라야의 고봉 안나푸르나, 다울라기리에 둘러싸인 마을 레테에서 일하는 한 트레킹 가이드는 지난해 처음으로 마을에서 뱀을 목격했다면서 "다들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마을 어르신들도 평생 그렇게 큰 뱀을 본 적이 없었다"며 "다들 변화를 느끼고 있다. 이 정도 고도에서도 이제 모기, 파리까지 볼 수 있다. 지난 여름에는 처음으로 메뚜기떼도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최근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출간된 인도 동물학 조사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큰멋쟁이나비 등을 비롯해 히말라야에 사는 나비, 나방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1천m가량 더 높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발 2천300m 이상에서 한 번도 목격되지 않았던 구름무늬표범이 해발 3천500m의 네팔 랑탕국립공원에 설치된 카메라에 포착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모기 출현으로 인해 히말라야 마을에서 말라리아, 뎅기 등 주로 더운 지방에서 발병하는 질환마저 나타나고 있다. 네팔 무스탕 지역의 경우 이전에 없었던 말라리아, 뎅기 유행 현상을 정기적으로 겪고 있을 정도다.
2016년 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산지대에서 지난 1988년부터 지금까지 약 1만건의 말라리아 발병 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날씨 변화로 히말라야 마을 사람들의 생활 패턴 또한 달라지고 있다. 네팔 고지대 마을 사람들은 대대로 추운 겨울이 오면 고도가 낮은 지역으로 이동해 사는 풍습이 있었으나 요즘은 1년 내내 같은 곳에 머물며 생활한다.
현지 가이드는 "올해만 해도 아직 눈이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눈이 내리지 않는다는 건 초원의 풀이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겨울 기온이 보통 영하 25도까지 떨어지곤 했었지만 지금은 영하 10도 정도다. 비도 불규칙하게 내린다. 매년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에는 전통적 숭배 대상 동물이자 대표적 포식자인 히말라야늑대 개체 수가 줄면 재앙이 닥친다는 전설이 있는데 실제로 최근 그 숫자가 감소하고 있다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늑대 수가 줄면서, 기온이 더 높은 남부 지역에서 서식하는 동물로 알려진 자칼 개체 수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보호 활동가인 야다브 기미레이는 "해발 4천500m 되는 곳에서 자칼이 발견됐다"며 "네팔의 훔라 지역에는 자칼이 해발 4천590m에 위치한 신성한 마나사로바 호수에까지 이르면 세상의 종말이 온다는 미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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