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었던 땅이 녹는다…기후변화에 취약한 러 북극권
과학자들 "각종 피해 잇따를 것" 기온상승 위험성 경고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국토의 상당 부분이 영구동토층으로 이뤄진 러시아에서 급격한 기온 상승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15일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 기상청은 '2020년 러시아 연방 영토 내에서의 기후 특징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러시아 기상청은 지난 한 해가 세계적으로 극도로 따뜻한 해였다고 밝혔다.
작년 러시아의 연평균 기온이 1961∼1990년(기후 표준평년값)보다 섭씨 3.22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연평균 기온이 최고 높았던 2007년보다 섭씨 1도 이상 높은 수치라고 덧붙였다.
기상청은 러시아의 평균 기온 상승률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높았다고 밝혔다.
또 여름철에도 존재하는 러시아 북극해 항로(NSR·Northern Sea Route) 해역의 얼음이 기온상승으로 인해 미래에는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은 러시아 북극해 항로의 해빙(海氷) 규모가 80년대보다 5∼7배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기상청 산하의 연구기관인 바예이코프 중앙지구물리관측소(MGO)의 블라디미르 카트초프 소장은 최근 리아노보스티와의 인터뷰에서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는 기후변화로 영구동토층이 녹고 자연재해가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구동토층이란 2년 이상 평균온도가 0도 이하로 유지되는 곳을 말한다.
러시아 영토의 약 65%를 영구동토층이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온실가스가 대기 중에 대량으로 방출되면 기후 변화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한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은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방출하는 메탄이 러시아에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가져올 것이라는 국립고등경제대학(HSE) 과학자들의 연구 자료를 최근 인용해 보도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는 이미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 시베리아 등의 산림에서는 기온이 치솟으며 대형 산불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해 시베리아 크라스노야르스크주(州)의 한 발전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기름 유출 사고의 원인도 기후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현지 언론의 분석도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4일 러시아 지리학회(RGO)와 가진 화상 회의에서 국가는 기후변화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들을 계속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극권 위에 여러 도시가 있다"며 "영구동토층이 계속 녹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푸틴 대통령은 다만 북극해 항로의 연중 항행도 기후변화로 이뤄질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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