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전문회사 자회사되는 SK하이닉스, 반도체 M&A 확대하나
10조 인텔 낸드 인수 부담에 단기간내 대규모 M&A 쉽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SK텔레콤[017670](SKT)이 14일 기업 분할을 통해 SK하이닉스[000660]를 중심으로 반도체 투자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SK하이닉스가 인텔 낸드사업부에 이어 또다른 반도체 기업 인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지배구조상 SK텔레콤의 자회사이고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국내 기업에 대해선 인수 대상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간 투자 확대에 제약이 있었다.
해외기업은 경영권 인수만 가능한 수준으로 지분 매입을 하면 되지만, 국내기업은 지분 전체를 인수해야 해 투자금이 많이 들어 M&A가 쉽지 않았다.
SKT는 이날 회사를 기존 존속회사와 신설 투자회사로 나누고, SK하이닉스를 신설 투자회사의 자회사로 둔다고 발표했다.
SKT는 그러면서 "SK㈜와의 합병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계는 머지않아 신설 투자회사와 SK㈜가 합병해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합병을 안하면 인적분할에 따른 효과가 반감되기 때문이다.
SK㈜ 입장에서 연간 5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 회사'인 하이닉스를 수익 측면에서도 계속 손자회사로 둘 이유가 없다.
하나금융투자 김홍식 애널리스트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를 통해 그룹의 중심으로 성장한 하이닉스를 직접 지배하려는 것이 목적"이라며 "중간지주사를 통해 하이닉스를 지배하면 하이닉스의 배당이 SK㈜로 직접 전달되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시기가 문제지 합병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 D램 부문에서 글로벌 2위 회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사업부를 10조3천억원에 인수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낸드플래시 사업을 보강했다.
2018년에는 낸드플래시 전문 회사인 키옥시아(구 도시바메모리)에 4조원을 투자해 지분을 보유중이다.
SKT는 앞으로 "과거 SK하이닉스가 키옥시아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진행했을 때보다 더욱 활발한 투자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SK하이닉스측은 "현재 검토중이거나 논의중인 M&A건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10조원이 넘는 인텔 낸드 인수 대금 납부 부담이 있는 하이닉스가 당장 M&A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스템 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의 공급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메모리 부문의 경쟁력을 갖춘 SK하이닉스가 장기적으로 시스템 반도체나 파운드리 기업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기업보다는 5G나 인공지능(AI) 분야의 유망기업 투자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이는 모기업인 SKT의 주력 분야로 자금력을 갖춘 SK하이닉스를 통해 투자 확대에 나서는 형태다.
실제 이석희 사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과 유럽 등 여러 지역에 연구개발 집중 육성을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면서 "미래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5G 등 분야의 유망 기업을 발굴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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