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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케리는 중국·비공식 대표단은 대만…'대화·압박 병행'(종합)
바이든 정부 고위직 첫 방중…시진핑·바이든 대화 '징검다리' 주목
미, 중국과 기후변화 등 협력 모색하며 대만에 대표단 보내 압박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 고위 당국자 중 처음으로 14일 중국을 땅을 밟는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후변화처럼 필요한 부분에서는 중국과 기꺼이 협력하겠다면서 전임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소 차별화된 접근법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반발에도 이날 대만에 첫 비공식 대표단을 보내는 등 대화와 압박을 동시에 병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중 양국이 중국에서 처음 이뤄지는 고위 당국자 회동 장소를 상하이(上海)로 조율한 배경에도 눈길이 간다.
중국 최대 경제 도시인 상하이는 전통적으로 외교 행사가 많이 열리는 곳은 아니지만 미중 외교사에서 있어서만큼은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다.
미국과 중국은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상하이 공동성명'(상하이 코뮤니케)에 서명하고 적대 관계 청산과 관계 정상화를 선언했다.
양국이 오랜 냉전 시기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1979년 수교를 하는 데 초석이 됐다는 점에서 당시 국제 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한 상하이 공동성명은 역사적인 외교 합의로 평가받는다.
케리 특사의 방문 도시가 상하이로 정해진 과정을 주도한 것이 중국 측인지, 미국 측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외교 관례상 초청하는 쪽이 장소 마련을 주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중국이 미국에 협상 장소를 상하이로 제안하고, 미국 역시 이를 수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코로나19 유입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인지 최근 자국에서 열리는 중요 외교 행사 장소를 지도부가 머무는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먼 지방 도시에서 여는 경우가 많은데 장소 선정에서도 메시지를 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례로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미중 갈등 속에서 더욱 밀착 중인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광시좡족자치구의 구이린(桂林)에 초청해 만났다.
당시 중국 관영매체들은 구이린이 '귀한 이웃'이라는 뜻의 '구이린'(貴隣)과 발음이 같다면서 중국의 장소 선정에 각별한 의의를 부여하기도 했다.
따라서 중국 측이 케리 특사와의 회담 장소를 양국 관계 정상화 출발점인 상하이로 정한 것은 여전한 미중 신냉전 속에서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마침 케리 특사의 방문을 하루 앞둔 13일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미국 재계 인사들과의 화상회의 자리를 마련해 "양국이 비충돌, 비대립, 상호 존중, 협력 상생의 정신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견을 잘 처리해 중미 관계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방향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도 신장 위구르족 인권문제 등으로 미중 갈등 전선이 확대되고 있지만 기후변화 영역은 그나마 미국과 중국 간 협력 가능성이 가장 높은 영역이다.
미국의 새 정부는 중국을 전략 경쟁자로 규정하고 트럼프 행정부처럼 인권·기술·안보 등 면에서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기후변화, 북핵 등 문제와 관련해서는 협력을 추구하는 새 대중 접근법을 모색 중이다.
세계 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 역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이 작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정점을 지나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을 한 뒤 기후변화 문제를 핵심 국가 의제로 격상한 터여서 기후변화 문제는 미중 양국이 비교적 쉽게 협력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영역이라는 평가가 있다.
케리 특사는 중국 방문에 앞서 CNN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과 일부 이슈에서 절대적으로 큰 의견 차이를 갖고 있지만 기후 문제는 따로 떨어뜨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케리 특사의 이번 중국 방문 초점은 그가 맡은 기후변화 문제 논의에 맞춰질 전망이다.
그렇지만 케리 특사가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에 국무장관까지 지낸 거물급 인사라는 점에서 외교가에서는 그의 이번 방문이 정면충돌로 끝난 알래스카 회담 후 미중 간 긴장 완화를 위한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케리 특사의 방문이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화상 대화로 이어지는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 22∼23일 기후 정상회의를 개최하면서 시 주석을 포함한 40개국 정상을 초청했지만 시 주석의 참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케리 특사의 방중의 주목적이 이번 기회 정상회의 준비라는 점에서 그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에 시 주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시 주석이 정상회의에 참석하면 다자 화상회의 방식이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처음으로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하는 것이 된다.
대형 다자회담을 계기로 양자 회동이 별도로 마련되는 외교 관례에 비춰보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따로 화상 회담을 여는 가능성도 상정해 볼 수는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14일 밤늦게 상하이에 도착해 15일과 16일 이틀에 걸쳐 중국 측의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 특별대표와 회담한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파견한 비공식 대표단 3명이 14일 오후 타이베이에 도착해 일정에 들어갔다.
대표단은 크리스 도드 전 상원의원과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리처드 아미티지, 제임스 스타인버그 3명으로 구성됐다.
대만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한 후 대만을 방문하는 첫 미국 대표단은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대만의 국가안보, 외교 및 국방 분야의 고위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케리 특사와 비공식 대표단을 각각 중국과 대만에 따로 보낸 것은 중국과 필요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면서도 동시에 대만 등 민감한 미중 갈등 영역에서 중국을 계속 압박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현직이 아닌 전직 관리와 의원으로 구성된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보냄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는 중국을 어느 정도 배려한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 말기인 작년 알렉스 에이자 보건부 장관과 키스 크라크 국무부 차관을 잇따라 대만에 공식적으로 보낸 바 있다.
예상대로 중국은 미국과 대만의 밀착 행보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14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의지해 독립을 도모하며 심지어 무력으로 대만 독립을 도모하려는 환상은 독이 든 술로 갈증을 푸는 것"이라며 "이것은 대만을 재앙으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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