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 첫 아마존 노조설립 무산…베이조스 '무노조경영' 유지(종합)
앨라배마 창고직원 설립 찬반투표에서 반대 과반
노조 추진측 "사측 투표과정 불법활동" 고소 계획
노동계, 노조설립 용이 방향으로 노동법 개정 계기 기대
(샌프란시스코·서울=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이광빈 기자 =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미국 직원들이 추진한 노동조합 결성 시도가 무산됐다.
CNN 방송과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앨라배마주(州) 베서머의 아마존 창고 직원들이 실시한 노조 결성 찬반 투표 결과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반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어느 쪽이든 과반을 넘기는 쪽이 이기는데 노조 결성에 반대하는 표가 과반인 1천798표 나왔고, 찬성은 738표에 그쳤다.
이번 투표는 소매·도매·백화점노동자조합(RWDSU) 가입 여부를 묻는 것이었다.
거의 6천명에게 투표 자격이 주어진 가운데 총 투표 수는 3천215표였다. 약 500표는 사측이나 노동자 측이 이의를 제기해 집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WP는 이번 투표 결과가 베서머 창고가 미국의 첫 노조 사업장이 되는 것을 저지하려 대대적인 전투를 벌여온 아마존에 중대한 승리라고 평가했다.
노조 결성 추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안전 예방조치에 대한 불만, 전반적인 근무 환경에 대한 불만 등이 주요 원인이 됐다.
아마존의 베서머 창고에서 노조 조직화가 성사될 경우 미국 내 첫 아마존 노조가 될 예정이었다.
세계 최고의 부호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아마존을 창업한 뒤 25년 이상 미국 내에서 무노조 경영 원칙을 고수해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노조가 설립됐다면 아마존의 미국 내 다른 사업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돼왔다.
유럽의 일부 아마존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었지만 베서머 창고 노조는 지금까지 미국의 아마존 사업장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노조 조직화 시도였다고 CNN은 전했다.
이번 투표는 미국에서 전국적 관심의 대상이 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과 연예인까지 나서서 노조 결성 활동을 지지했다.
미국에서 노조를 막아온 아마존은 이번에도 온·오프라인 캠페인을 벌였다. 화장실 문마다 전단을 붙이고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한편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반(反)노조 회의에 참석하도록 했다.
사측이 마련한 기자회견에서 노조에 반대했다는 한 직원은 "아마존은 완벽하지 않고 결함이 있다"며 "다만 우리는 노조 없이도 그것(결함을 고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느낀다. 왜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노조에 돈을 내느냐"고 말했다.
CNN은 "아마존과 그 직원들에게 이번 투표의 판돈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컸다"고 지적했다.
베서머에서 노조가 결성되면 미국 전역의 아마존 직원들이 비슷한 시도에 나서는 방아쇠가 될 수 있고, 이 경우 아마존은 95만여명에 달하는 미국 직원들과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노조 조직화는 처음부터 힘겨운 전투였다고 CNN은 평가했다. 미국에서 두 번째로 규모가 큰 고용주를 상대로 한 도전인 데다 다른 지역보다 노조 조직률이 더 낮은 남부였기 때문이다.
RWDSU와 노조 결성을 추진한 쪽은 이번 투표 과정에서 사측이 거짓말과 속임수, 불법적 활동을 벌였다며 이를 미 노동관계위원회(NLRB)에 고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조 추진파는 또 아마존의 잘못된 사업 및 노동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는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또, 노동계는 의무적 회의 참석 및 문자 메시지 등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한 아마존의 행위에 대해 의회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아마존의 노조 설립 시도 실패가 노조 설립을 용이하게 하는 방향으로 노동법 개정이 이뤄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였다.
북미서비스노조(SEIU)의 메리 케이 헨리 위원장은 개정안이 나오기 전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이 맥도널드와 아마존 등 대기업에 노동자,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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