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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공정위원장 "디지털에 집중하다보면 본 역할 소홀 걱정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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前공정위원장 "디지털에 집중하다보면 본 역할 소홀 걱정돼"(종합)
"온플법·전자상거래법, 경쟁당국 정체성과 충돌 우려"
정경택 변호사 "경제경찰 되려 하면 경찰도 공정위 기능 갖는다 주장 나와"


(세종=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디지털 분야 불공정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본래 역할에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전 공정위원장의 고언(苦言)이 나왔다.
조성욱 위원장이 추진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은 공정위의 정체성과 충돌한다는 학계의 비판도 나왔다.
8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위 창립 40주년 행사에서는 권오승 전 위원장(서울대 명예교수), 이봉의 서울대 교수, 정경택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신현윤 연세대 명예교수 등 공정거래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몸담아 온 인사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2006∼2008년 공정위원장을 맡은 권 전 위원장은 "조성욱 위원장이 취임하고 디지털 불공정·경쟁제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상당히 집중하고 노력하고 있다"며 "노파심에 이야기하자면 그런 부분에 자꾸 관심을 두다 보면 본래 해야 할 구조적인 문제·역할에 혹시 소홀해지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 등에 정책 무게추를 둔다면 재벌로 경제력이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뒷순위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여전히 소수 재벌 중심의 독과점적인 시장구조가 있고, 수직적인 분업구조를 해결하지 못하면 창의나 혁신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라며 "가장 중요한 공정위의 역할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경쟁이 살아날 수 있는 운동장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전 위원장은 "공정위도 넓은 마음으로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사건을 적발하고 시정조치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시장경쟁이 제대로 되려면 공정거래 질서를 잘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 전자상거래법 전면 개정은 공정위의 본래 정체성과 다르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든 전자상거래법이든 사전규제가 확대되면 공정위가 사안에 대해 법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여러 행위가 그냥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방식으로 가게 된다"며 "'사후규제'라는 경쟁당국으로서 정체성과 충돌되지 않나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온라인 플랫폼 주무 부처를 두고 공정위와 방송통신위원회 간 다툼을 두고 "공정위가 더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있고 저도 예외는 아니다"면서도 "누가 권한을 갖느냐보다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경쟁당국의 역할·권한을 벗어나는 게 자꾸 보인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안은 플랫폼이 입점업체와 맺는 계약서에 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를 얼마나 분담하는지에 관한 기준 등을 담도록 하고 있다. 공정위는 불공정 행위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막는 '사전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검찰', '경제경찰' 역할에 갇혀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변호사는 "공정위가 경제검찰, 경제경찰 역할에만 치중하면 나중에 검찰뿐 아니라 경찰도 공정위의 조사 기능을 일부 가져가야겠다는 주장이 나올지도 모른다"며 "경찰도 수사 인력과 경험은 충분해 그런 주장이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정책뿐 아니라 산업과 경제정책을 아울러 보고 조사 기능까지 있는 건 공정위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며 "그런 포괄적인 역할을 꾸준히 수행하며 갔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js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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