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민심 확인한 선거…부동산 정책 '클릭 조정' 이뤄질까
오세훈 "민간 재건축 활성화"…재건축 규제는 중앙정부 소관이라 한계 뚜렷
실수요자 대출규제·보유세 완화 등 가능성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정부가 4·7 재보궐 선거로 인해 성난 부동산 민심을 확인함에 따라 부동산 정책의 방향 수정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이번 선거 결과를 보면 부동산 정책 측면에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와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로남불'이 결정적인 영향을 줬지만 그 기저에는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오히려 집값이나 전셋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동산 실정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깔려 있다는 진단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단 정부는 기존에 해 오던 부동산 정책의 큰 틀은 유지하고 특히 2·4 대책은 일정대로 진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책적 미세조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8일 부동산 시장 점검 관계장관 회의에서 기존의 부동산 정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부동산 투기 근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고 공공 주도 개발 방식을 골자로 한 2·4 대책 후속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서울시장 자리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옮겨감에 따라 서울의 주요 부동산 정책에도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은 선거 과정에서 부동산 문제를 집중 공략하면서 목동 등지의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공공 주도 정비사업을 한창 추진하기 시작한 마당에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는 이를 무력화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오 시장의 재건축 공약에 한계가 명확하다.
목동의 경우 재건축 안전진단이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고 있는데, 안전진단 요건은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법령과 고시 등에 규정돼 있어서 서울시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거의 없다.
초과이익환수제나 분양가상한제 등 재건축 관련 규제도 오 시장이 단독으로 완화할 방법이 없다. 모두 법 개정 사안이거나 중앙정부의 관리하에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 시장의 공약을 자세히 보면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돼 있다.
하지만 서울시가 부동산시장에 던지는 메시지만으로도 재건축 등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내년에는 대선도 예정돼 있기에 재건축 조합들이 민간 재건축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 대해 관망세로 돌아설 개연성도 있다.
벌써 목동이나 압구정 등지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호가가 소폭 상승세를 보이는 등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부로선 회심의 주택 공급 방안인 2·4 대책을 포기할 수 없다. 이미 수도권 택지는 쥐어짤 대로 조달한 상황이어서 서울 도심 고밀개발을 통해 신규 주택을 공급한다는 2·4 대책 외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간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대한 강화된 규제를 풀 이유는 딱히 없다. 오히려 규제를 탄탄하게 유지해야 공공 주도 정비사업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게 된다.
정부로선 이미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이나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사업, 공공재개발, 공공재건축 등 새로운 유형의 주택 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주민 등의 수요를 확인한 만큼 오히려 더욱 공격적으로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나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 부담 경감 방안 등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다.
선거 과정에서 여야가 공히 1가구1주택자 등 실수요자에 대해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는 풀어줘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관계 부처는 이미 협의를 진행 중이다.
공시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공시가가 너무 크게 치솟아 세 부담이 많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금 등에 대한 미세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 로드맵을 추진할 때부터 이미 공시가격 인상으로 서민층의 보유세나 건강보험료 등의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완화 조치를 해 왔다.
올해 정부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 등을 감면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는데, 내년에 공시가격 인상폭을 고려해 재산세 등 세제 감면 기준 공시가격을 6억원보다 높일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선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의견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이 외에도 이번 선거에서 민심 이반이 확연하게 드러난 청년층을 위한 청약제도 추가 개선이나 임대차 3법 보완 등 전월세 대책 등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정부 관계자는 "2·4 대책 등 기존에 마련된 주택 공급방안은 규제 정책도 아닌 만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서울시와도 긴밀한 협의를 통해 조율된 주택 정책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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