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방문 EU 지도부, 현지 인권 문제에 깊은 우려 표명
미셸 상임의장·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 에르도안 대통령과 회담
여성 폭력 방지 국제협약 탈퇴 비판…EU-터키 관계 개선 등 논의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터키를 방문한 유럽연합(EU) 지도부가 6일(현지시간) 터키 내 인권 문제에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터키 수도 앙카라를 방문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회담한 뒤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이날 회담은 터키가 여성 폭력과 가정 폭력 방지에 관한 국제협약(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하고 친(親)쿠르드계 정당을 폐쇄하려는 시도를 취한 뒤에 열렸다.
미셸 의장은 회담 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법의 지배와 기본권 존중은 EU의 핵심 가치"라면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이와 관련한 최근 터키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터키가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 것이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터키가 최근 동지중해 자원 개발권을 둘러싼 EU 회원국 키프로스와의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취한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회견에서 "인권 문제는 비타협적인 이슈이며 절대적 우선순위"라면서 "이는 더 나은 터키-EU 관계를 위한 핵심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터키가 여성과 아동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이스탄불 협약에서 탈퇴한 것을 깊이 우려한다"면서 "이는 명백히 잘못된 신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터키가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 창설 멤버로서 스스로 약속한 대로 국제 인권 규정과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또 터키가 수감 중인 오스만 카발라와 셀라하틴 데미르타시를 석방하라는 유럽인권재판소(ECHR)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CHR은 앞서 2016년 터키 군부의 쿠데타 관련 혐의로 3년 이상 수감돼 있는 자선사업가 카발라와,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연계된 혐의로 4년 이상 수감 중인 터키 야당 '인민민주당'(HDP) 전 지도자 데미르타시를 즉각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미셸 상임의장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에르도안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EU-관계 개선 문제 등을 폭넓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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