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보스포루스 자유항행' 지지 선언한 퇴역 제독 10명 체포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터키 검찰이 '몽트뢰 협약' 무력화 반대 성명을 낸 퇴역 해군 제독 10명을 체포했다.
이른바 몽트뢰 협약으로 불리는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의 통행 자유에 관한 조약'은 두 해협의 관리권을 터키에 주되, 민간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검찰은 5일(현지시간) 몽트뢰 협약 무력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퇴역 해군 장교 103명 가운데 10명을 체포했으며, 4명에게는 자진 출두할 것을 통보했다.
수사 대상이 된 14명은 성명 작성 및 발표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성명에서 "몽트뢰 협약이 평화 유지에 기여했다"며 협약의 효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키 정부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메가 프로젝트'인 이스탄불 운하 건설을 추진하면서 몽트뢰 협약 무력화 가능성이 불거졌다.
무스타파 센토프 터키 국회의장은 지난 달 24일 하베르튀르크 TV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령으로 국제협약을 탈퇴하는 것이 이론상 가능하다"며 그 예로 몽트뢰 협약을 들었다.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통하지 않고 이를 우회할 수 있는 운하가 생기면 몽트뢰 협약이 사실상 무의미해질 수 있다.
이는 특히 군함의 통행과 주둔 등 흑해 인접국의 안보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
몽트뢰 협약은 흑해에 해안선을 접하지 않은 국가의 군함은 흑해에 21일 이상 머무를 수 없으며, 흑해에 진입하기 15일 전에 터키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다르다넬스·보스포루스 해협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우회 운하가 생길 경우 흑해 비(非) 인접국의 군함이 몽트뢰 협약의 제재를 받지 않고 무기한 흑해에 머무를 수 있게 된다.
다만, 터키 정부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이스탄불 운하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나,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고 외화보유고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운하 건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퇴역 해군 장교들이 몽트뢰 협약 지지 성명을 내자 이스탄불 운하 반대 움직임으로 비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구나 2016년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겪은 에르도안 정부는 군의 정치적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이브라힘 칼른 대통령실 대변인은 퇴역 장교들의 성명에 대해 "쿠데타 시절을 연상케 한다"며 "자신이 있을 곳을 알고 그곳에 머물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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