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빛 반사 지구공학적 접근법 "어둠 속에서 총 쏘는 것"
기온 낮추는데 집중해 생태적 악영향 고려 안돼 경고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지구 온난화로 인류역사상 가장 더운 해 중 9년이 지난 10년 사이에 집중되면서 태양 빛을 인위적으로 가려서라도 지구 기온을 낮추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점점 더 고개를 들고있다.
'태양 복사 조정'(SRM·Solar Radiation Modification)이라는 지구공학적 접근법인데, 이 중에서도 대형 화산이 폭발했을 때처럼 대기에 황 연무질이 형성되도록 가스 전구물을 뿌려 태양 빛이 지구 표면에 닿지 않고 우주로 반사되게 하는 '성층권 연무질 개입'(SAI·Stratospheric Aerosol Intervention)은 공상 과학을 넘어 잠재적으로 실현 가능한 전략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방법은 이론적으로 황 연무질 구름이 끼는 지역과 구름의 두께까지 조정이 가능해 목표한 기온을 맞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이 갖는 기온 상승 억제 효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생태적으로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은 간과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와 뉴욕시립대(CUNY) 등에 따르면 미시간주립대학 통합생물학과의 포이베 자네츠케 부교수 등이 이끄는 연구팀은 지구의 기온상승을 낮추려는 지구공학적 접근법, 특히 SAI가 생태계와 생물 종(種)에 미치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영향을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팀은 기후과학과 생태학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명성을 가진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2019년 9월부터 매월 온라인 세미나를 하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해 PNAS를 통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SAI가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과 결합하면 기후변화에 따른 최악의 결과 중 일부를 피하게 해줄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SAI 결과로 지구의 습도와 강우, 폭풍 양상과 공기의 질, 오존 수치, 직사광 대비 산란광 비율 등 다양한 환경적 요소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이런 요소들은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상호작용해 지구화학적 과정과 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SAI 결과는 종과 생태계, 지리적 위치, 이행전략 등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자네츠카 부교수는 "SAI가 지구 기온을 목표한 온도까지 낮출 수 있을지 모르나 이런 기온 하강 효과가 지역적으로 고르지 않고, 많은 생태계 기능과 생물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강우와 지표면의 자외선 복사도 바뀌고 (황 사용에 따른) 산성비도 늘려 바닷물의 산성화도 완화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SAI를 포함한 SRM이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마법의 탄환'(특효약)이 될 수는 없으며, 이번 연구 결과가 새로운 연구를 고무해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어둠 속에서 총을 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연구팀은 생태학자와 기후과학자들이 협력해 SAI가 가져올 생태학적 결과를 규명하는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 개입 관련 결정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논문 공동 제1 저자로 스토니브룩 대학 생태·진화학과 석좌교수인 제시카 구레비치 박사는 "이번 논문이 이 문제에 관해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후과학과 생태학 과학자 간 더 큰 협력을 촉발하길 바란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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