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 불투명 네타냐후, 다시 법정에…'대통령직' 논의도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성공에도 불구하고 총선에서 확실한 재집권 발판을 마련하지 못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5일(현지시간) 피고인 자격으로 다시 법정에 섰다.
일간 하레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 법원에서 열린 재판에 피고인 자격으로 출두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부패 관련 재판은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 일정 때문에 미뤄졌다가 이날 재개됐다.
이스라엘 검찰은 이날부터 네타냐후 총리가 받는 수뢰, 배임, 사기 혐의에 대한 증인 신문을 시작했다.
총선 전에 치러진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변호사를 대통한 채 법원에 잠시 나왔다가 첫 증인 신문이 시작되기 전 돌아갔다.
그를 기소한 리아트 벤아리 검사는 이날 법정에서 "네타냐후는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일부 언론에 불법적인 이익을 줌으로써 (총리) 개인의 이익을 옹호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역사상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는 할리우드 영화제작자 등으로부터 몇년간 고급 샴페인과 시가 등 수십만 달러 상당의 선물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또 현지 최대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 발행인과 막후 거래를 통해 우호적인 기사를 대가로 경쟁지 발행 부수를 줄이려고 한 혐의도 받는다.
성공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는 지난달 23일 치러진 총선에서 재집권을 장담할 수 없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가 이끄는 우파정당 리쿠드당의 의석은 이전보다 6석이 줄어든 30석에 그치면서 우파 정당들만으로 크네세트(의회) 전체 의석(120석)의 과반(61석)을 채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TV 앵커 출신의 야이르 라피드의 중도 성향 '예시 아티드' 등 '반네타냐후' 진영 역시 아직은 확실한 과반 확보가 불투명하다.
리쿠드당에서 탈당한 국방부 장관 출신의 나프탈리 베네트가 주도하는 극우성향의 '야미나'(Yamina. 7석)와 아랍계 정당인 '통합 아랍 리스트'(UAL. 4석)의 움직임이 네타냐후의 재집권 또는 실각의 최대 변수가 됐다.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은 이날부터 원내 진출 정당 대표들과 논의를 거쳐 새 연립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를 지명할 예정이다.
총리 후보 지명자는 42일 이내에 다른 정당들과 연립정부를 구성을 논의하고,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연정이 구성되면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현재까지 진행된 정당 간의 연정 논의를 보면 아랍계 정당에 배타적인 네타냐후 진영보다는 반네타냐후 진영에서 총리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또 여당인 리쿠드당 내부에서는 네타냐후가 총리 욕심을 버리고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방향의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했다.
이 경우 '네타냐후가 주도하는 내각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고 버텨온 베네트 등을 다시 우파 연정에 끌어들일 수 있고, 대통령 불체포 특권을 활용하거나 법을 고쳐 네타냐후에 대한 재판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