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 회담 왜 샤먼서 열었나 했더니…대만 공격 전초 기지
중국과 대만 통일 상징 '일국양제' 간판 눈길
관광객들 "중국과 대만은 한 나라"
(샤먼=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지난 3일 한중 외교장관이 만났을 때 회담 장소가 중국 남동부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이란 점은 한국 언론으로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미중 양국이 대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 진먼다오(金門島) 섬과 지척에 있는 샤먼을 회담 장소로 정한 것은 대만 문제와 관련해 정치적 메시지를 담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일부 언론은 추측했다.
샤먼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의 상징적 장소로 1958년 중국이 진먼다오를 포격할 때 전초 기지였다. 이곳에는 유명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선전 간판이 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의 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2일 베이징에서 샤먼에 온 연합뉴스 기자가 공항에서 택시로 해안도로를 달리다 회담장이 있는 호텔에 거의 다 왔을 때 도로 옆의 초대형 입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간판에는 '일국양제 통일중국'(一國兩制 統一中國)이란 8글자가 쓰여 있었다.
일국양제는 사회주의 체제인 중국과 자본주의 체제의 홍콩과 마카오, 대만이 한 나라 안에서 다른 체제를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으로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鄧小平)이 약 40년 전 구상한 중국의 국가 통일 정책이다.
샤먼 해변의 '일국양제' 선전 간판은 세워진 지 20년이 넘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인터넷 사이트는 샤먼의 가 볼 만한 곳 가운데 하나로 일국양제 간판을 소개하고 있다.
간판이 있는 지점은 지도 앱에서도 검색할 수 있어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일국양제 간판 앞쪽으로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서 있었다. 단체 관광객들은 이 간판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길 건너 편의 '일국양제 해변'도 구경했다.
간판을 찍는데 열중하던 한 40대 여성 관광객은 기자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중국과 대만은 한 나라"라면서 "일국양제 통일중국!"이라고 외치고 차에 올라탔다.
이날은 해무가 자욱해 바다 건너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날씨가 쾌청한 날에는 진먼다오 섬의 건물과 불빛이 보인다고 간판 앞을 지나던 한 샤먼 주민은 말했다. 진먼다오는 샤먼에서 동쪽으로 10㎞가량 떨어져 있다.
온라인 호출 차량 기사 디(翟)모씨는 일국양제 선전 간판을 보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대만을 부모(중국) 말을 듣지 않는 아이에 비유했다. 이어 "대만이 감히 독립을 선언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대만은 경제가 중국에 의존하고 있고 결국 중국과 통일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몇몇 중국인들은 중국이 급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대만을 흡수할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일국양제에 대한 거부감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부처인 대륙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2%가 일국양제 통일 방안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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