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훈장 받는 '성공한 고려인'…남북 총영사 만남도 주선
고려인 2세 발렌틴 박, 우호협력 기여공로 러 국가훈장 수훈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러시아 연해주(州) 고려인 사회의 중심 역할을 해왔던 발렌틴 박(71) 연해주 고려인연합회 회장이 러시아 국가 훈장을 받는다.
러시아 정부 법률정보 포털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1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발렌틴 박 회장에게 '우호 훈장'(Орден Дружбы·오르덴 드루즈뷔)의 수여를 지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대통령령에서 발렌틴 박 회장이 국민 간 우호와 협력 및 상호이해 강화에 기여했으며, 러시아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보존하고 대중화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우호 훈장은 러시아 정부가 공적이 있는 국내외 인사들에게 수여하는 국가 훈장이다.
한국에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신동빈 롯데그룹이,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받았다.
연해주 고려인연합회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오래전부터 벌여온 발렌틴 박 회장의 다양한 활동들이 이번에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현재 발렌틴 박 회장은 최근 건강 상태가 나빠지며 현재 외부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렌틴 박 회장은 연해주 지역에서 드물게 스스로 부를 일궈낸 자수성가형 사업가다.
1950년 태어난 그는 극동국립기술대학을 졸업하고 광산 등지에서 근무했다.
개방적인 태도로 기회를 엿보던 그는 옛 소련(소비에트연방)이 붕괴한 직후 현지 건설업 등에 뛰어들었고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세계 경제위기가 찾아온 1998년 그는 대다수 기업을 매각해야만 했다.
이후에도 언론과 부동산 등의 업계에서 사업을 유지한 그는 연해주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고려인 기업가로 통한다.
2008년에는 연해주 고려인연합회의 회장으로 취임,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발렌틴 박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소도시인 아르툠에 한국어와 춤 등을 가르치는 민족문화센터를 설립했다.
그는 또 2015년 '한인(고려인) 이주 150주년을 기념하는 우호친선비'를 블라디보스토크의 옛 한인 거리에 세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발렌틴 박 회장은 친선행사를 열어 연해주 주재 남북한 총영사 간 만남의 기회를 주기적으로 주선해 남북 간 평화교류에도 관심을 쏟았다.
2006년에는 한국과 북한을 교차 방문해 찍은 사진 등을 모아 꾸민 사진첩을 출간했다.
그는 2019년 올렉 코줴먀코 연해주 주지사의 고문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vodcas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