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울부짖었다"…미얀마 시위대 처참한 구금 생활
시위 도중 마구 맞고 체포…청소년도 예외 없어
"구금 뒤 구타와 고문"…80명이 화장실 1곳 사용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미얀마 20대 여성 흐닌(23·가명)은 지난달 3일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갑자기 터진 섬광 수류탄과 최루가스에 멍한 상태에서 다른 400명의 젊은이와 함께 체포됐다.
"눈을 떴을 때 경찰이 우리들 앞에 총을 들고 서 있었어요.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우리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나마 여성은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남성 시위대는 주먹과 경찰봉 등으로 마구 구타당했다.
개인 인적 사항을 기록한 뒤 이들은 식민지 시대 고문이 자행된 장소로 악명높은 인세인 교도소로 옮겨졌다.
이곳에서 흐닌은 다른 80명의 수감자, 모기떼와 함께 지냈다.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이들은 침대도 없이 바닥에서 자야 했다. 많은 이들이 고통에 울부짖었고, 몇몇은 의식을 잃었다.
일간 가디언은 31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에 대한 항의 시위 도중 체포됐다가 풀려난 미얀마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경험을 전했다.
흐닌과 함께 지낸 수감자 중에는 16세 청소년도 있었다.
또 다른 젊은 여성은 이마에 고무 탄환을 맞았고, 한 중년 여성은 경찰봉으로 등과 얼굴을 맞았다.
흐닌은 "부상자가 많았다. 한밤중에 자다가 끌려 나와 잠옷만 입은 사람도 있었다"라고 말했다.
수감자들은 비폭력 불교에 관한 설교하는 책을 읽어야만 했다.
음식은 설익은 밥과 가족이 구금 시설로 가져온 간식이 전부였다.
시리(19·가명)는 "음식이 끔찍했다"고 전했다.
그 역시 흐닌과 마찬가지로 한 방에서 80명의 다른 여성과 지냈는데, 화장실 4곳 중 1곳만 쓸 수 있었다.
여성 수감자들은 매일 오후 4시 작은 탑 앞에서 기도가 허용됐는데, 이곳에서 남성 수감자들과 만나 상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했다.
시리는 3명의 학생 지도자가 심하게 두들겨 맞고 고문당했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시리는 "경찰은 그들이 지도자라는 사실을 시인하도록 만들기 위해 수갑을 채우고 눈을 가린 뒤 심문했다"고 밝혔다.
흐닌은 다른 600명의 수감자와 함께 3주 만에 풀려났다.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이들이 풀려날 때 "당신의 주소를 알고 있다. 다시 밖으로 나온다면 가족이 위험에 빠지고 당신은 최소 3년간 수감될 것이다"라고 협박했다.
폴란드 사진기자인 로베르트 보시아가(29)는 샨주 주도인 타웅지에서 열린 시위를 기록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으로 갔다.
그곳에서 그는 한 군인에게 붙잡혔고, 군인들에게 머리와 오른팔 등을 경찰봉으로 맞았다.
군인들은 그의 오토바이를 부수기도 했다. 보시아가는 자신이 마스크를 쓰고 있어 군인들이 외국인인 줄 몰랐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그는 타박상 등을 입은 채 13일 동안 지역 경찰서에 구금됐다.
관광비자를 받은 보시아가는 허락 없이 군대 등에 관한 사진을 찍어 법을 위반했기 때문에 체포됐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마약상, 살인 용의자 등과 함께 4인용 감방의 바닥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는 잠시 전화 통화가 허용돼 밖으로 나왔을 때 한 남성이 무릎을 꿇고 손을 머리 뒤로 한 채 증언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보시아가는 "나는 미얀마인들에 비해 더 나은 대우를 받았다. 미얀마인들은 훨씬 나쁜 상황에 있었다"고 말했다.
석방된 흐닌은 고통스러운 구금을 경험했지만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가디언에 밝혔다.
그녀는 "나와 이 나라를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생각해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3월 30일까지 521명이 살해되고 2천608명이 수감 중이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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