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 정치제도 급사"
홍콩 야권·학계 비판…"홍콩인들 정치에 희망 잃어"
캐리 람 "모든 범민주진영이 비애국자 아냐"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홍콩에 대한 직접 통치 강화를 위해 홍콩 선거제를 개편하면서 야권의 정계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중국의 홍콩 선거제 개편으로 많은 야권 정치인들의 출마 의지가 꺾이면서 홍콩 야권의 미래가 매우 불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설사 출마를 결심한다고 해도 야권 정치인들은 이번에 권력이 막대해지고 초강력 중국 충성파가 가세한 선거인단의 5개 분야에서 모두 추천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며, 일부는 그것에 도전하는 것 자체를 굴욕적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이번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에 입법회 선거 출마 후보자를 뽑는 권한이 새롭게 주어졌다. 출마자는 선거인단 5개 분야에서 각각 최소한 2표 이상의 추천을 받아야한다.
레이 옙 홍콩 성시대 교수는 SCMP에 "중국의 선거제 개편은 예상보다 심했으며 범민주진영은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는 범민주 진영이 입법회 선거 출마 여부를 두고 분열되는 것을 기쁘게 지켜볼 것"이라며 "설사 야권에서 입법회에 진출한다고 해도 군소정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변호사 마크 달리는 "더 우려되는 것은 애국심의 모호한 개념과 정부의 의사결정에 대한 최후의 보루 중 하나가 될 사법적 검토를 막는 장치가 늘어난 것"이라며 "이런 것이 결합해 법치의 부식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로킨헤이(羅健熙) 주석은 홍콩 명보에 "많은 홍콩인들이 정치체제에 대한 희망을 잃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과 다른 야권 정치인들이 선거 출마를 주저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대 천쭈웨이(陳祖慰) 교수는 명보에 "이번 선거제 개편은 황당무계하다"며 "중국 정부가 홍콩에 대해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콩의 정치제도는 점진적으로 후퇴한 게 아니라 급사했다"고 비판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과 선임 강사는 "선거제 개편은 중국이 홍콩에 대해 '절대적이고 완전한 통제'를 원하며, 범민주진영의 미래를 손안에 넣으려는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은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다고 해서 모든 범민주진영이 자동으로 출마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그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모든 범민주진영이 비애국자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그것은 매우 불공정하다"고 말했다.
람 장관은 또한 "누가 민주주의를 판단할 수 있나? 어떤 게 민주주의의 최선의 시스템인가?"라며 "세상에 민주주의 모델이 오로지 한가지뿐이라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덩중화(鄧中華) 중국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 부주임도 전날 기자회견에서 홍콩인들은 여전히 정부 비판에서 자유로우며,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이 반대 진영의 목소리를 봉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한편, 람 장관은 선거제 개편과 관련한 홍콩 법률 개정작업을 5월까지 마무리하고 9월 홍콩 행정장관 선거인단 선거, 12월 입법회 선거, 내년 3월 행정장관 선거를 치를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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