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금융에 쏠린 돈 2천300조원…1년 새 212조 급증
명목 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 118.4%…전년보다 10.7%p ↑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성서호 기자 = 부동산금융에 쏠린 돈이 1년 사이 200조원 넘게 늘어나면서 2천30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25일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회의를 마친 뒤 이런 내용 등을 담은 금융안정상황 자료를 공개했다.
지난해 말 부동산금융 익스포저(위험노출액)는 2천279조원으로, 2019년 말(2천67조원)보다 10.3%(212조)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에 7%대였던 증가율이 두 자릿수로 뛰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가계 및 부동산 관련 기업에 대한 여신과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에 투입된 자금의 합계를 뜻한다.
이에 따라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비율은 118.4%로, 10.7%포인트 올랐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0년 이래 가장 높다.
부문별로 나눠보면 가계여신은 지난해 89조2천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부동산담보대출이 15조9천억원, 정책 모기지론이 21조1천억원, 전세 관련 보증이 35조4천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전세 관련 보증 증가액은 부동산금융 관련 가계여신 증가액의 39.7%를 차지했다. 전세값이 오르고 거래가 늘면서 전세자금대출보증,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증가 폭은 2019년(44조6천억원)보다는 줄었다.
정책 모기지론도 서민형 안심전환대출을 중심으로 21조1천억원이나 증가했다. 전년도 증가 폭(3조2천억원)의 7배 수준이다.
기업여신 가운데서는 부동산업에 대한 금융기관 대출이 지난해 45조6천억원 늘었는데, 이는 부동산금융 관련 기업여신 증가액(+81조4천억원)의 56.0%에 해당한다. 특히 비(非)은행의 부동산업 대출 증가액(+24조9천억원)이 은행(+20조6천억원)을 웃돌았다.
아파트 분양물량이 늘어나면서 사업자보증도 증가 전환(2019년 -2조7천억원 → 2020년 +20.0조원)했다.
지난해 금융투자상품은 주택저당증권(MBS, +22조8천억원)과 리츠(+10조8천억원)를 중심으로 41조7천억원 증가했다.
최종 위험 부담 주체별로 보면 보증기관(+93조3천억원)의 부담이 금융기관(+79조2천억원), 금융투자자(+17조원, MBS 제외)보다 크게 확대됐다. 금융기관에 국한하면 상대적으로 위험관리와 손실흡수능력이 떨어지는 비은행(+44조1천억원)이 은행(+35조원)보다 큰 폭으로 늘었다.
한은은 "모기지론 양도, 보증 등을 통해 주택 관련 신용위험이 주택금융공사 등 보증기관에 집중되면서 이들 기관의 충격흡수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보증기관으로 위험이 넘어가는 데 따른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상승, 예대율 하락은 은행 등의 가계대출 취급 유인을 강화해 가계부채를 더 늘리는 요인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탄소배출량이 많은 1차 금속, 화학제품 등 9개 업종의 고탄소산업에 대한 국내 금융기관의 익스포저 규모도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금융기관의 고탄소산업에 대한 익스포저(금융기관의 기업대출·주식·회사채 보유 규모)는 411조원이다. 기업부문 전체 익스포저(2천358조원)의 17.4%다.
기관별로는 은행(251조원)·보험사(88조원)가 전체의 82%를 차지했고, 상품별로는 대출(247조원)이 전체의 60%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화학물질·화학제품 제조업(103조원, 25%), 석탄발전(91조원, 22%) 등에 대한 익스포저가 컸다.
특히 고탄소산업 익스포저는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정) 이후에도 익스포저가 계속해서 커졌다. 지난해 익스포저는 2014년 말(375조원)과 비교하면 36조원이 늘었다.
한은은 "올해부터 국내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함에 따라 금융부문도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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